나는 청이 아빠입니다 l 최수정 지음, 한림, 1만6000원


전래동화가 지닌 고유한 미덕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심청전은 손이 가지 않았다. 시각장애인 아버지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자신을 제물로 바친다는 설정, 심청의 효성에 감동한 ‘용왕님’이 베푸는 시혜가 임금의 아내 되기라는 설정 등 곳곳이 거북했다. 가족을 위한 희생은 마냥 숭고한가? ‘희생’ 없이는 ‘회생’도 없는 상황에 한 가족을 몰아넣고 약자(딸)의 희생을 강제하고, 이어 상찬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좀 폭력적이지 않은가? 이런 이야기를 아이에게 읽히는 게 맞을까?
최 바다이야기고래 수정이 새로 쓴 ‘나는 청이 아빠입니다’는 기존의 심청전이 자아내던 찝찝함을 산뜻하게 제거한 다른 서사를 제안한다. 이야기 속 아빠는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청이의 보드라운 뺨을 어루만진다. “제일 보고 싶은 것은 우리 청이 얼굴!” “아빠 손 따뜻하다!” 앞을 보지 못하는 아빠가 청이와 함께 보내는 일상이 정겨운 그림체로 표현됐다.
청이는 릴게임다운로드 한 스님으로부터 부처님께 공양미 삼백석을 바치면 아빠가 앞을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내가 없으면 아빠는 어떡하지.” 하지만 고뇌는 청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청이가 바다로 간다는 소문이 퍼지자 마을 어른들은 긴급회의를 연다. “청이 아빠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아요.” 목수 아저씨는 희고 튼튼한 지팡이를 만들고, 이웃 아주머니들은 알라딘게임 깨진 항아리 조각들을 거꾸로 땅에 심어 아빠가 길을 알 수 있도록 표시해 준다. 그럼에도 끝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청이. 이번엔 해녀 아주머니가 청이를 가만두지 않는다. “그래도 아빠 곁에는 네가 있어야 해 청아.” 해녀 아주머니에게 이끌려(!) 뭍으로 무사 귀환한 청이는 아빠를 부둥켜안는다. “아빠를 다시 만난 나는 너무 좋았습니다.”
손오공릴게임예시 용왕의 요행으로 임금의 아내가 되는 결말은 없다. 대신 이웃이 보인 약간의 관심과, 약간의 개입으로 되찾은 부녀의 정겨운 일상이 있다. 아빠의 장애를 ‘낫게’ 하려면 딸이 ‘죽어야’ 하는, 오직 가족 안에서만 해결책을 찾아야만 하는 비정한 설정도 없다. 가족 밖에도 돌봄은 있고, 아빠는 장애를 가진 채로 딸과 충분히 신나게 살아갈 수 있다. 최수정 작가 신천지릴게임 의 첫 그림책이다. 작가는 “청이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자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썼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기자 admin@gamemong.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