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9일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공연하는 켄드릭 라마. 많은 슈퍼스타가 로컬 랩스타 출신이다. ⓒAP Photo



힙합을 이야기할 때, 우린 종종 거대한 스타 시스템과 주류 문화로서 파급력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미국에서 탄생한 힙합의 진짜 생명력은 언제나 지역 커뮤니티에서 비롯되었다. 동네의 언어와 공기를 머금은 목소리들이 지금의 힙합 열풍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중심에 ‘로컬 랩스타’라는 존재가 있다. 나스, 켄드릭 라마, 트래비스 스콧 등 꽤 많은 힙합 슈퍼스타들이 이전에는 로컬 바다이야기하는법 랩스타였다.


로컬 랩스타는 단순히 ‘동네 사람들은 다 아는 래퍼’라는 개념이 아니다. 빌보드 차트 성적 따위로 정의되지도 않는다. 지역에서 절대적 존재감을 지닌 래퍼, 즉 팬들의 지지와 영향력만은 전국구 스타에 뒤지지 않는 아티스트다. 이들의 신곡이 나올 때 지역 라디오는 가장 먼저 음악을 틀어 바다이야기 주고, 그들이 동네에서 콘서트를 열면 전국구 래퍼보다 더 많은 관객이 몰리기도 한다. 로컬 랩스타란 이처럼 지리적 충성도로 스타성을 증명하는 힙합 고유의 문화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로컬 랩스타들은 특정 지역의 삶과 이야기, 속어와 말투, 분위기를 가장 정확하게 대변한다. 여기서 지역이란 릴게임5만 대부분 후드(Hood)를 의미한다. 랩 가사 속 갱스터와 범죄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흑인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 바로 후드다. 과거에는 빈민가를 뜻하는 ‘게토’와 동일어로 여겼지만, 현재는 분리해 사용한다. 후드 출신이라는 사실은 종종 ‘진정성 있는 래퍼’를 보증하는 인장처럼 작용하기 때문에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거나 다른 나라 출신 래퍼에게는 동경의 공간이 릴게임갓 되기도 한다. 캐나다 출신으로 빠르게 주류에서 성공한 래퍼 드레이크도 종종 로컬 랩스타를 향한 부러움을 표한 바 있다.


한국 힙합 신에서도 로컬 랩스타에 대한 판타지와 열망이 항상 있었다. 애초부터 미국 힙합 문화를 여과하지 않고 이식하는 데 집중해온 터라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2012 한국대 릴게임갓 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랩&힙합 노래’ 부문을 수상한 MC 메타와 DJ 렉스의 명곡 ‘무까끼하이(Yes Yes Y’all)’를 비롯해 사이먼 도미닉, 마이노스, 탐쓴, 머쉬베놈 같은 일부 래퍼들이 사투리로 된 랩을 발표하면서 로컬 랩스타, 혹은 로컬 힙합 신에 대한 논의가 잠시 활발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나 ‘한국 힙합에서 로컬 랩스타는 환상이다’로 귀결된다.


물론 ‘대구 출신 래퍼’ ‘부산 힙합 크루’ 같은 지역 기반 활동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이 지역 사운드의 정체성으로 이어지거나 지역민의 강력한 지지가 보증하는 ‘로컬 스타’의 탄생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이유가 뭘까? 단순히 “지역 힙합 신이 작아서”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사회·도시 구조·음악산업·문화적 맥락 등 모든 부문에서 한국 힙합이 미국과는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지역 사운드가 싹트기도 전에

미국 힙합은 지역별로 다른 인종 구성, 경제구조, 이민 역사, 라이프스타일이 촘촘히 쌓이면서 형성하고 발전했다. 예컨대 사우스 브롱크스는 힙합의 탄생지이고, 로스앤젤레스(LA)가 갱스터 랩을 만들었으며, 애틀랜타는 트랩 뮤직을 세계적인 언어로 만들었고, 시카고가 드릴 사운드를 재해석해 글로벌로 확장했다. 그리고 이는 각 지역의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LA는 갱 조직 구조가 래퍼들의 서사에 깊이 반영되고 뉴올리언스는 흑인 사회의 전통음악이 현대 힙합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시카고는 총기 문제와 지역별 블록 분리 문화가 드릴 사운드 핵심이며, 애틀랜타는 흑인 예술가 커뮤니티가 지역 경제를 이루는 독특한 구조다.


라디오와 지역 미디어의 지원이 여기에 가세한다. 음악감상과 아티스트 홍보가 온라인 플랫폼 위주로 재편된 지 오래인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여전히 도시별 힙합 라디오와 DJ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즉, 오래전부터 지역 매체가 지역 래퍼를 스타로 만들어주는 시스템이 존재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로컬 랩스타는 단순한 주변부가 아니다. 그들은 각 지역 힙합의 정체성을 보존하며 글로벌 흐름을 지역의 언어로 번역하는 문화적 중계자와 같다.


그러나 한국은 대부분의 문화·산업·인구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도시별 음악 문화권이 생기기 어려운 구조다. 부산, 대구, 광주 등의 도시도 지역별 음악 정체성을 유지할 만큼 산업 규모나 인프라가 크지 않다. 음악 소비를 전국 단위 스트리밍 플랫폼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 환경에서 지역 미디어 생태계도 부재하다. 이 구조는 지역 사운드가 싹트기 전에 서울 시장으로 통합되는 효과를 만든다. 지역성은 캐릭터로만 소비되고, 지역 사운드를 설계할 토양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결국 어떤 지역 출신의 래퍼든지 서울로 올라와야만 산업적 기회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한국콘텐츠진흥원을 비롯한 정부 및 지역 차원에서 예술가를 지원하는 기관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제작과 공연 그리고 활동 기반을 다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을 할 뿐이다. 로컬 신이 형성되고 그 안에서 스타가 탄생하기 위해선 앞서 언급한 대로 여러 요소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가능하다. 그것도 오랜 역사와 경험을 통해서 말이다.


무엇보다 한국 힙합은 초창기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성장했다. 미국이나 몇몇 유럽 힙합처럼 후드, 거리, 블록 파티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역 커뮤니티가 아닌 온라인 커뮤니티가 신을 만든 셈이다. 당연히 지역 단위 팬덤보다 온라인 기반 팬덤이 우세하다. 한국에서 지역 기반 스타 시스템이 자연적으로 생겨나기 어려운 것은 이렇듯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마도 한국 힙합에서 진정한 의미의 ‘로컬 랩스타’란 영원히 판타지로 남을 확률이 높다.


‘한국에서 로컬 랩스타가 탄생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에 대한 이야기야 얼마든지 적을 수 있다. 지역별로 유지 가능한 공연장 및 클럽 네트워크 형성, 로컬 DJ와 프로듀서가 활동하고 재생산되는 환경 조성, 지역 단위의 소규모 레이블 또는 크루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물리적·경제적 생태계 마련, 〈쇼미더머니〉나 대형 레이블 바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립적 구조 구축 등. 하지만 한국에서 이것은 원론적이고 나이브한 얘기일 뿐이다.


중요한 건 한국 힙합 신이 로컬 랩스타가 탄생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해서 곧 문화적 열세는 아니란 사실이다. 아티스트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조건의 부재에서 말미암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 힙합에서 로컬성과 가장 유사한 개념은 ‘신’이다. 말하자면, 지리적 로컬이 아닌 문화적 로컬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한국의 랩스타는 ‘신과 커뮤니티’가 결합된 형태의 영향력으로 진화했다.


다만 이러한 바람은 있다. 래퍼들이 각자 자라온 지역의 감성, 라이프스타일, 문화를 힙합적 서사로 변환하려는 시도가 좀 더 다양하고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더불어 지방 출신 래퍼들이 지역성을 꾸준히 축적할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까지 기관들의 지원이 확장되길 바란다. 그리고 끝으로, 이 모든 한계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벗어나 본인의 지역에서 창작의 결실을 맺으려 노력 중인 소수의 아티스트에게 많은 이의 존중이 함께하길 바란다.

강일권 (음악평론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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