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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seastorygame.top
자국 내 풍부한 매장량을 자랑하는 석탄에 기반한 증기기관으로 산업혁명을 이룩한 나라, 이후엔 앞바다인 북해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해 온 나라. 영국은 어느덧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있어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해상풍력입니다. 2025년 기준, 운영중인 해상풍력 발전설비 용량만도 16GW에 달합니다. 중국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입니다.
영국은 오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규모를 43~50GW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황. 이미 이 목표는 달성이 확정적입니다. 바다이야기게임기 글로벌 기후 에너지 싱크탱크 Ember는 현재 영국에서 9.1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가 건설중이며, 2.9GW 규모의 발전단지가 계약을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발전단지는 15.2GW에 달합니다. 이들만 합쳐도 이미 46.2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가 확보된 겁니다. 여기에 추가로 15.6GW의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바다이야기룰 추진중인 상태이고요.
어떻게 온 나라가 힘을 합쳐 이런 전격적인 전환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일까. 지난 연재에 이어 영국 현지에서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새로운 발전설비를 이전까지 발전설비와 무관했던 곳에 대규모로 설치하는 모바일바다이야기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은 매우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흔히 '주민 수용성'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해상풍력의 경우, 당장 어민들의 어업권과도 직결된 만큼 주민 수용성은 발전단지 건설에 있어 핵심 요소로 꼽힙니다. 왕실의 자산을 운영하는 공사인 영국 크라운 에스테이트는 이 과정에서 공간적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기관입니다. 영국은 어떻게 다양한 골드몽사이트 이해관계자들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 것일까. 크라운 에스테이트의 해상풍력부문 책임자인 줄리아 로즈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크라운 에스테이트는 해상풍력발전에 있어 구역을 계획하고, 개발사에 이를 임대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민이나 조력발전,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게임몰 , 탄소포집저장) 등 다양한 요소들이 어떻게 함께 작동하게 되는지 공존할 수 있는 균형을 찾아 최적화를 하죠. 영국의 바다는 폭이 좁고 매우 바쁜 공간입니다. 어업뿐 아니라 상선(해운) 등 경쟁하는 이해관계 또한 많습니다. 특히 중요한 축으로 자연도 있고요. 자연 압력이 큰 지역을 고려해야 하고, 해상풍력발전단지의 조성 전후로 자연의 회복 또한 우리가 달성해야 하는 주요 목표이죠. 산업의 성장과 자연 회복을 위한 명확하고도 확고한 경로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크라운 에스테이트의 역할입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해양 이용자들을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부터 참여시켜 이해관계자간 상호 이해를 강하게 만들죠.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엔 공동의 편익이 있을 수 있고, 이들과 함께 잘 협력하면, 추후 인허과 과정에서 난관으로 작용할 것들을 보다 이른 단계에서 식별할 수 있습니다. 실제 부지 임대 이전에 이런 대화를 강화하면, 인허가 과정에서의 리스크가 줄어든 입지를 입찰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겁니다.더불어 새로운 접근도 시도 중입니다. 단계별 접근을 넘어 2026년부턴 '해양 이행 로드맵(Marine Delivery Route Map)'을 공개해 해상풍력을 넘어 다른 산업들에 이르기까지 해양 개발에 대한 장기적 관점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죠. 디지털 플랫폼으로 제시되는 이 로드맵은 하나의 플랫폼이자 계획 도구가 될 것입니다. 이를 활용해 여러 시나리오를 분석할 수도, 이해관계자들과의 사전 협의에도 사용될 수 있죠. 대화를 더 이른 시점에 시작하고, 직접 소통함으로써 우리는 입지 선정을 최적화하고, 각 이해관계자가 수용할 수 있는 리스크 수준과 시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기회 사이에 최적의 균형을 보다 일찍 찾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줄리아 로즈 크라운 에스테이트 해상풍력부문 책임자
로즈는 이 과정에서 과학적인 증거로서의 객관적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례로 '해상풍력 증거 및 변화 프로그램(Offshore Wind Evidence and Change Programme)'을 꼽았습니다. 어민들과 함께 데이터 및 각종 영향에 대한 증거를 축적하면서, 해상풍력발전단지가 특정 어장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는 겁니다. 자연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입지, 풍황이 더욱 매력적인 입지, 기술적으로 설치가 덜 어려운 입지 등 다양한 요소들을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조사를 벌이는 이유입니다. 그는 최근엔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는 바다 영역 이외의 공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은 해상풍력 보급을 더 빠르게 가속하고 진전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가 2030년까지 청정전력 보급을 가속화한다는 명확하고도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고, 이 목표엔 해상풍력발전을 최대 55GW 규모까지 보급한다는 것도 포함되죠. 현재 15~16GW 수준인데, 이 목표를 최대로 달성하려면 앞으로 수년 내 나아가야 할 그래프의 궤적은 상당히 가파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 일차적으론 영해의 관리자로서 미래 임대를 위한 최적의 입지를 찾는 것이 크라운 에스테이트엔 가장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더 빨리 추진되고 건설될 수 있을지, 미래 임대 설계를 개선하는 것이죠. 더불어 프로젝트가 인허가 및 투자 결정 단계로 신속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각 단계별 장애물을 줄이고, 리스크를 없애는 방법을 찾습니다.더불어 중요한 것은 공급망입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수년 내 터빈 등의 제조 능력과 공급망 전반의 능력을 3배로 늘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 크라운 에스테이트는리뉴어블UK(영국 재생에너지협회), 해상풍력산업위원회 등과 함께 '산업 성장 계획'을 수립했고, 크라운 에스테이트 자체적으로도 공급망 강화 프로그램(Supply Chain Accelerator)을 통해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다양한 기업이나 조직들과 협력해 향후 공급망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항만과 공급망에 최대 3억 5천만파운드를 투자해 공급망의 병목을 풀고 있습니다.”줄리아 로즈 크라운 에스테이트 해상풍력부문 책임자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은 해상풍력발전을 추진하는 사업자에게도 필수적이고도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잡았습니다. 영국의 에너지 공급기업인 옥토퍼스 에너지 제너레이션은 입지 측면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바람 등 기상조건과 인근 전력망의 여유 상황 등 기존의 '차가운 조건'을 넘어,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입지를 찾는 겁니다. 주민들은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이 사는 지역에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해달라는 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어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원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기능합니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개척자적인 성격이 강해서 많은 이들이 이 산업을 더 알려 하고,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 자본이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키는지 보고 싶어 합니다. 저희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데, 옥토퍼스 에너지의 고객뿐 아니라 영국 전역의 사람들이 풍력 및 태양광 발전단지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의 3분의 1 이상이 재생에너지에 열정적으로 투자를 하려 합니다.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에 다양한 투자를 유치합니다만, 이런 개인 투자자들의 열정은 매우 크죠. 저희가 처음 만든 상품은 2기의 풍력터빈에 투자하는 크라우드 펀딩이었는데, 청약이 만 3일도 되기 전에 매진될 정도였습니다.
저희는 그저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짓는 것을 넘어 그 전기가 어떻게 소비되는지, 즉 최종 소비자까지도 함께 바라보고 있습니다. 영국의 링크스 해상풍력발전단지에서 나오는 전기를 기반으로 한 전기 요금제를 예로 들 수 있는데요, 해안가 인근에 사는 소비자들은 이 전기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 때, 프라이스 시그널을 잘 활용해 전기를 사용하면 요금을 최대 50%까지도 할인받을 수 있죠.”
조이사 노스본드 옥토퍼스 에너지 제너레이션 CEO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폭은 매우 확대됩니다. 발전단지가 들어서는 지역주민으로서의 시민, 그 발전단지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로서의 시민, 그리고 그 발전단지가 만든 전기를 소비하는 소비자로서의 시민에 이르기까지. 이 중 하나에만 해당하는 시민도 있지만, 지역주민이자 개인 투자자이자 전기 소비자인 시민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결국 더 나은 방향으로 청정전력으로의 전환을 이끄는 계기가 됩니다. 다층적인 소통과 참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여러 이해관계자 사이 균형을 찾은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영국 동부의 항구 도시, 그림즈비를 찾았습니다. 대표적인 어업 도시였던 그림즈비는 어업 쇠퇴로 위기를 겪었지만, 해상풍력으로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그림즈비 수산시장의 대표 앤드류 올리버는 이곳이 해상풍력의 전초기지로 바뀌는 초기에만 하더라도 어민들의 우려가 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림즈비는 전통적으로 매우 큰 어업 도시였습니다. 1990년대 초반에만 해도, 생선을 실은 열차가 여객열차보다 우선권을 가질 정도였습니다. 이곳엔 수산시장뿐 아니라 항구도 있고, 어선의 수리나 건조를 위한 조선소도 있죠. 모두 수십 년 전 만들어진 인프라들입니다. 하지만 EU의 어획 쿼터가 점차 줄어들고, 기후변화로 어종들이 점차 북상하면서 어업 환경은 악화했습니다. 이젠 북해에서 참치까지 잡힐 정도입니다. 결국 많은 선주가 어선을 폐선시켰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어선들은 주로 게, 바닷가재 등을 잡는데, 상당량이 한국으로 수출되기도 합니다.그러던 와중에 해상풍력의 전진기지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북해로 이어지는 험버 강 하구라는 입지는 북해 해상풍력발전단지의 O&M(Operations and Management, 운영 및 유지보수) 거점으로 이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그랬듯, 이곳에서도 어민들은 자신들의 어장이 사라질까 크게 우려했습니다. 개발사와 어민들 간 협의체도 만들어졌고, 보상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은 됐었죠. 하지만 충분한 소통이 부족했고, 초기엔 여러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균형을 찾아갔습니다. 어업의 쇠퇴와 함께 해상풍력이 확대되면서 많은 어업인이 해상풍력 산업으로 이동했습니다. 지금 풍력단지 운송 선박 선원의 대부분은 전직 어부들이죠. 해상풍력은 우연처럼 우리 도시에 찾아왔지만, 결과적으론 도시를 살렸습니다. 조사선, 운송선, O&M 선박 등이 들어오면서 기존 어업 기술은 새로운 산업으로 이전된 덕분이죠. 해상풍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그림즈비 수산시장은 상업적으로 존속하기 어려웠을 겁니다.”앤드류 올리버 그림즈비 수산시장 CEO
그림즈비가 해상풍력의 도시로 거듭나면서 지역 주민들의 만족은 커졌습니다.
“과거의 수산업과 수산물 가공업은 육체노동 중심이었지만, 해상풍력은 전자공학, IT, 기술직 중심입니다. 임금 수준도 훨씬 높죠. 그 결과, 점차 줄어들던 인구는 다시금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기보다 다시 들어오고 있는 것이죠. 외부에서 유입된 해상풍력 관련 인력들이 늘어나면서 숙박업이나 식당, 상점, 택시 등 지역의 서비스 산업도 함께 다시 성장했습니다.”앤드류 올리버 그림즈비 수산시장 CEO
대규모 해상풍력단지가 위치한 북해뿐 아니라 대규모의 터빈 블레이드 공장이 위치한 헐(Hull)과도 가까운 그림즈비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O&M 센터, 오스테드의동부해안허브(East Coast Hub)가 건립됐습니다. 이는 덴마크의 에너지 기업인 오스테드의 O&M 센터로, 총 6개의 발전단지를 관리합니다. 이곳에서 만난 엠마 톨슨 영국 오스테드 이해관계자 관계 총괄은 그림즈비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그림즈비의 항만을 중심으로 세대 간 변화를 목격했습니다. 부모 세대는 어업에 종사했습니다. 당장 저의 동료만 하더라도, 그의 아버지는 여전히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죠. 그와 그의 딸은 오스테드에서 해상풍력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수습 기간을 마친 한 직원의 경우에도, 그의 가족은 그림즈비에서 대대로 수산업에 종사해왔지만, 그는 터빈을 다루는 해상풍력 엔지니어가 됐죠. 수산업에도 여전히 일자리의 기회가 있지만 예전만은 못한 반면, 해상풍력엔 새로운 기회가 크게 열려있는 겁니다.해상풍력은 청년들에게 특히 더 흥미로운 산업이기도 합니다. 터빈 블레이드가 바다 위에서 돌아가고, 이를 운영하고 관리하기 위한 선박도 있고, 그린에너지의 생산이라는 전 지구적 목적에도 기여하죠. 요즘의 젊은 세대에겐 일 자체의 흥미뿐 아니라 목적의식도 매우 중요한데,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해상풍력산업인 겁니다. 이 허브에만 700명이 근무하고 있고, 인근 헐의지멘스가메사 터빈 블레이드 공장은 1,400명을 고용했습니다. 모두 이 지역에 전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입니다. 그러면 청년들에게도 선택지가 생깁니다. 나고 자란 고향에 남고 싶은 사람도 많으니까요. 이곳 허브 건물이 위치한 곳은 당초 목재 보관 용도로 쓰이던 곳이었는데, 항만의 노른자 땅에 목재를 두는 건 사실 '최고의 활용'이라고 보긴 어렵죠. 저희도 처음엔 항만 부지의 임시 건물에서 20명 정도 규모로 시작했습니다. 10여년 조금 넘는 사이에 그 규모가 700명으로 늘어났으니, 일자리 측면에서도 굉장히 큰 성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터빈 1기당 수명은 대략 30년 정도인데, 자동차를 정기적으로 정비하듯 풍력터빈 또한 유지보수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좋은 기술'과 그 기술을 갖춘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고요. 이는 곧, 오랜 시간 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일자리 자체가 늘어나는 것을 넘어, 일자리의 질도 좋고, 그러한 일자리가 장기간 유지되는 겁니다.”엠마 톨슨 영국 오스테드 이해관계자 관계 총괄
톨슨 총괄은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처음 그림즈비에 왔을 때, 전통산업인 어업이 쇠퇴하면서 지역 경제에 빈틈이 생기던 시기였습니다. 해상풍력이라는 새로운 기회에 주민들이 대체로 호기심을 갖고, 관심을 가졌던 이유일 겁니다. 물론, '이게 대체 뭔가'하는 회의감도 일부 있었습니다. 때문에 우린 이 한 가지 만큼은 분명히 하려 노력했습니다. 우리 산업이 지역과 그 주민에 가져오는 긍정적인 영향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인 이야기로 전달하는 것 말입니다.일자리의 창출, 공급망에 있어 지역 기업의 참여, 인프라에 대한 투자, 지역 환경의 개선 등은 물론이고, 우리가 다루는 최첨단 기술이나 혁신 등 해상풍력산업이 실제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를 소통했습니다. 또, 투명한 소통을 위해 숨김없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했죠. 지역사회의 이해를 이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니까요.이제 대규모 풍력단지는 상업운전을 한창 하고있고, 이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시점에선 지역사회로 '다시 다가가는 것'이 특히 중요해졌습니다. 바다에 아무리 많은 터빈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항만에 세계 최대규모의 O&M 시설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스쳐가기 쉽습니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우리의 몫이고요. 이를 위해 '지역 이익공유 펀드(Community Benefit Funds)'를 운영하기도 하고, 지역의 아이들 수천 명이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우는 시설인 '호라이즌유스존(Horizon Youth Zone)'과 같은 프로젝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년 마을 달리기 대회를 후원하며 우리의 이름을 주민들이 자연스레 접하는 데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그림즈비에 오랜 기간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죠.”엠마 톨슨 영국 오스테드 이해관계자 관계 총괄
이곳 센터에서 근무중인조쉬는 대도시로 떠나지 않고 그림즈비에 자리를 잡은 실제 사례자입니다. 조쉬는 24시간 운영 중인 해상풍력 통제실에서 근무중입니다. 수많은 터빈의 개별 컨디션과 더불어 기상 상황과 발전단지 인근을 지나는 선박, 헬리콥터 등을 감시하고, 관리하기 위해선 고도의 집중력뿐 아니라 전문성도 요합니다.
“운영센터에 입사하기 전엔 항해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으며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볐습니다. 당시엔 주로 해운업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죠. 저는 그림즈비에서 계속 살아왔는데, 항해사를 업으로 삼아 평생 전 세계를 계속해서 돌아다니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지금까지 배운 것과 경험한 것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게 됐고, 그렇게 운영센터의 통제실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이는 고향에서 일할 완벽한 기회였습니다. 다른 곳으로 이사할 필요도 없었고, 그동안 배를 타며 쌓은 기술과 지식을 활용할 수도 있었죠. 동시에 해상풍력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대해 배울 수도 있었습니다. 제 경험과 새로운 분야를 고향에서 결합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조쉬 영국 오스테드 해상풍력 운영센터 운영연락담당관
1997년생인 조쉬는 해상풍력산업이 자리 잡기 전과 후의 상황을 청년의 관점에서도 설명했습니다.
“과거 그림즈비의 청년들에게 열려있던 주요 선택지는 험버 강을 따라 늘어선 산업단지였습니다. 정유나 가스 정제시설, 각종 제조업이 있는 곳입니다. 여기가 아니면 다른 대도시로 나가 다른 일을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랬던 그림즈비에 이젠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이 들어서게 됐죠. 해상풍력산업이라고 하지만 직무는 매우 다양합니다. 제가 하는 업무와 같은 관제나 운영도 있고, 풍력터빈을 다루는 엔지니어링 파트도 있고, 미디어 담당도, 프로젝트 매니저도 있죠.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세계적인 산업부문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겁니다. 해상풍력발전이라는 것은 우리 지역이나 영국을 넘어,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일입니다.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면서 '우리가 큰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느끼고, 일에 흥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이렇게 일하는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여전히 '지역사회의 일부'라는 점입니다. 처음 오스테드가 그림즈비에 왔을 때에만 하더라도, 덴마크 회사라는 이유로 약간의 경계심이 있었습니다. '정말 지역 주민에게 좋은 일일까', '덴마크에서 인력이 대거 유입되는 것일까' 등등의 걱정들 말이죠. 하지만 이젠 저를 비롯해 많은 동료들이 직접 이곳에서 일을 하며, 우리가 지역사회의 일부라는 게 증명됐습니다.이런 상황에서 지역의 학교나 대학을 찾아가 진로 행사를 하는 것은 참 즐거운 일 중 하나입니다. 학생들에겐 해상풍력 자체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과도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가 그림즈비에서 운영된다', '바람이 강한 날엔 이곳에서 운영하는 해상풍력발전단지만으로 영국 전체 전력 생산의 15% 이상에 달하는 전기를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학생들의 표정은 놀라움으로 가득합니다. 단순 놀라움을 넘어 더 알고 싶고, 동참하고 싶어하죠. 실제 입사 지원서에서도 학생들의 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1~2명만 뽑는 자리에 수백명이 지원할 만큼, 해상풍력에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거든요.”조쉬 영국 오스테드 해상풍력 운영센터 운영연락담당관
이처럼 영국의 해상풍력 확대는 그저 '재생에너지 발전원 비중의 증가'만을 의미한 것도, 의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산업을 통한 기회의 창출이라는 것이 이러한 대대적인 확대의 배경이었죠. 해상풍력을 대하는 '한국과는 다른 관점'은 또 있습니다. 바로, 해외 기술의 도입입니다. 이에 대해선 다음 주 연재에서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영국과 우리나라의 해상풍력을 돌아본 다큐멘터리 〈바다, 에너지 안보의 시작〉은 다음의 링크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다시보기] 바다, 에너지 안보의 시작 (1부) https://youtu.be/kO_kCdt95nM?si=yqZAqgf6vnWhSTh6
[다시보기] 바다, 에너지 안보의 시작 (2부) https://youtu.be/72mxqYlArJM?si=dCtVWzCftSGNj3os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영국은 오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규모를 43~50GW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황. 이미 이 목표는 달성이 확정적입니다. 바다이야기게임기 글로벌 기후 에너지 싱크탱크 Ember는 현재 영국에서 9.1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가 건설중이며, 2.9GW 규모의 발전단지가 계약을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발전단지는 15.2GW에 달합니다. 이들만 합쳐도 이미 46.2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가 확보된 겁니다. 여기에 추가로 15.6GW의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바다이야기룰 추진중인 상태이고요.
어떻게 온 나라가 힘을 합쳐 이런 전격적인 전환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일까. 지난 연재에 이어 영국 현지에서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새로운 발전설비를 이전까지 발전설비와 무관했던 곳에 대규모로 설치하는 모바일바다이야기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은 매우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흔히 '주민 수용성'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해상풍력의 경우, 당장 어민들의 어업권과도 직결된 만큼 주민 수용성은 발전단지 건설에 있어 핵심 요소로 꼽힙니다. 왕실의 자산을 운영하는 공사인 영국 크라운 에스테이트는 이 과정에서 공간적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기관입니다. 영국은 어떻게 다양한 골드몽사이트 이해관계자들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 것일까. 크라운 에스테이트의 해상풍력부문 책임자인 줄리아 로즈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크라운 에스테이트는 해상풍력발전에 있어 구역을 계획하고, 개발사에 이를 임대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민이나 조력발전,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게임몰 , 탄소포집저장) 등 다양한 요소들이 어떻게 함께 작동하게 되는지 공존할 수 있는 균형을 찾아 최적화를 하죠. 영국의 바다는 폭이 좁고 매우 바쁜 공간입니다. 어업뿐 아니라 상선(해운) 등 경쟁하는 이해관계 또한 많습니다. 특히 중요한 축으로 자연도 있고요. 자연 압력이 큰 지역을 고려해야 하고, 해상풍력발전단지의 조성 전후로 자연의 회복 또한 우리가 달성해야 하는 주요 목표이죠. 산업의 성장과 자연 회복을 위한 명확하고도 확고한 경로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크라운 에스테이트의 역할입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해양 이용자들을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부터 참여시켜 이해관계자간 상호 이해를 강하게 만들죠.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엔 공동의 편익이 있을 수 있고, 이들과 함께 잘 협력하면, 추후 인허과 과정에서 난관으로 작용할 것들을 보다 이른 단계에서 식별할 수 있습니다. 실제 부지 임대 이전에 이런 대화를 강화하면, 인허가 과정에서의 리스크가 줄어든 입지를 입찰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겁니다.더불어 새로운 접근도 시도 중입니다. 단계별 접근을 넘어 2026년부턴 '해양 이행 로드맵(Marine Delivery Route Map)'을 공개해 해상풍력을 넘어 다른 산업들에 이르기까지 해양 개발에 대한 장기적 관점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죠. 디지털 플랫폼으로 제시되는 이 로드맵은 하나의 플랫폼이자 계획 도구가 될 것입니다. 이를 활용해 여러 시나리오를 분석할 수도, 이해관계자들과의 사전 협의에도 사용될 수 있죠. 대화를 더 이른 시점에 시작하고, 직접 소통함으로써 우리는 입지 선정을 최적화하고, 각 이해관계자가 수용할 수 있는 리스크 수준과 시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기회 사이에 최적의 균형을 보다 일찍 찾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줄리아 로즈 크라운 에스테이트 해상풍력부문 책임자
로즈는 이 과정에서 과학적인 증거로서의 객관적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례로 '해상풍력 증거 및 변화 프로그램(Offshore Wind Evidence and Change Programme)'을 꼽았습니다. 어민들과 함께 데이터 및 각종 영향에 대한 증거를 축적하면서, 해상풍력발전단지가 특정 어장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는 겁니다. 자연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입지, 풍황이 더욱 매력적인 입지, 기술적으로 설치가 덜 어려운 입지 등 다양한 요소들을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조사를 벌이는 이유입니다. 그는 최근엔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는 바다 영역 이외의 공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은 해상풍력 보급을 더 빠르게 가속하고 진전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가 2030년까지 청정전력 보급을 가속화한다는 명확하고도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고, 이 목표엔 해상풍력발전을 최대 55GW 규모까지 보급한다는 것도 포함되죠. 현재 15~16GW 수준인데, 이 목표를 최대로 달성하려면 앞으로 수년 내 나아가야 할 그래프의 궤적은 상당히 가파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 일차적으론 영해의 관리자로서 미래 임대를 위한 최적의 입지를 찾는 것이 크라운 에스테이트엔 가장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더 빨리 추진되고 건설될 수 있을지, 미래 임대 설계를 개선하는 것이죠. 더불어 프로젝트가 인허가 및 투자 결정 단계로 신속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각 단계별 장애물을 줄이고, 리스크를 없애는 방법을 찾습니다.더불어 중요한 것은 공급망입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수년 내 터빈 등의 제조 능력과 공급망 전반의 능력을 3배로 늘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 크라운 에스테이트는리뉴어블UK(영국 재생에너지협회), 해상풍력산업위원회 등과 함께 '산업 성장 계획'을 수립했고, 크라운 에스테이트 자체적으로도 공급망 강화 프로그램(Supply Chain Accelerator)을 통해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다양한 기업이나 조직들과 협력해 향후 공급망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항만과 공급망에 최대 3억 5천만파운드를 투자해 공급망의 병목을 풀고 있습니다.”줄리아 로즈 크라운 에스테이트 해상풍력부문 책임자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은 해상풍력발전을 추진하는 사업자에게도 필수적이고도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잡았습니다. 영국의 에너지 공급기업인 옥토퍼스 에너지 제너레이션은 입지 측면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바람 등 기상조건과 인근 전력망의 여유 상황 등 기존의 '차가운 조건'을 넘어,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입지를 찾는 겁니다. 주민들은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이 사는 지역에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해달라는 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어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원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기능합니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개척자적인 성격이 강해서 많은 이들이 이 산업을 더 알려 하고,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 자본이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키는지 보고 싶어 합니다. 저희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데, 옥토퍼스 에너지의 고객뿐 아니라 영국 전역의 사람들이 풍력 및 태양광 발전단지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의 3분의 1 이상이 재생에너지에 열정적으로 투자를 하려 합니다.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에 다양한 투자를 유치합니다만, 이런 개인 투자자들의 열정은 매우 크죠. 저희가 처음 만든 상품은 2기의 풍력터빈에 투자하는 크라우드 펀딩이었는데, 청약이 만 3일도 되기 전에 매진될 정도였습니다.
저희는 그저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짓는 것을 넘어 그 전기가 어떻게 소비되는지, 즉 최종 소비자까지도 함께 바라보고 있습니다. 영국의 링크스 해상풍력발전단지에서 나오는 전기를 기반으로 한 전기 요금제를 예로 들 수 있는데요, 해안가 인근에 사는 소비자들은 이 전기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 때, 프라이스 시그널을 잘 활용해 전기를 사용하면 요금을 최대 50%까지도 할인받을 수 있죠.”
조이사 노스본드 옥토퍼스 에너지 제너레이션 CEO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폭은 매우 확대됩니다. 발전단지가 들어서는 지역주민으로서의 시민, 그 발전단지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로서의 시민, 그리고 그 발전단지가 만든 전기를 소비하는 소비자로서의 시민에 이르기까지. 이 중 하나에만 해당하는 시민도 있지만, 지역주민이자 개인 투자자이자 전기 소비자인 시민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결국 더 나은 방향으로 청정전력으로의 전환을 이끄는 계기가 됩니다. 다층적인 소통과 참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여러 이해관계자 사이 균형을 찾은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영국 동부의 항구 도시, 그림즈비를 찾았습니다. 대표적인 어업 도시였던 그림즈비는 어업 쇠퇴로 위기를 겪었지만, 해상풍력으로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그림즈비 수산시장의 대표 앤드류 올리버는 이곳이 해상풍력의 전초기지로 바뀌는 초기에만 하더라도 어민들의 우려가 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림즈비는 전통적으로 매우 큰 어업 도시였습니다. 1990년대 초반에만 해도, 생선을 실은 열차가 여객열차보다 우선권을 가질 정도였습니다. 이곳엔 수산시장뿐 아니라 항구도 있고, 어선의 수리나 건조를 위한 조선소도 있죠. 모두 수십 년 전 만들어진 인프라들입니다. 하지만 EU의 어획 쿼터가 점차 줄어들고, 기후변화로 어종들이 점차 북상하면서 어업 환경은 악화했습니다. 이젠 북해에서 참치까지 잡힐 정도입니다. 결국 많은 선주가 어선을 폐선시켰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어선들은 주로 게, 바닷가재 등을 잡는데, 상당량이 한국으로 수출되기도 합니다.그러던 와중에 해상풍력의 전진기지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북해로 이어지는 험버 강 하구라는 입지는 북해 해상풍력발전단지의 O&M(Operations and Management, 운영 및 유지보수) 거점으로 이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그랬듯, 이곳에서도 어민들은 자신들의 어장이 사라질까 크게 우려했습니다. 개발사와 어민들 간 협의체도 만들어졌고, 보상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은 됐었죠. 하지만 충분한 소통이 부족했고, 초기엔 여러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균형을 찾아갔습니다. 어업의 쇠퇴와 함께 해상풍력이 확대되면서 많은 어업인이 해상풍력 산업으로 이동했습니다. 지금 풍력단지 운송 선박 선원의 대부분은 전직 어부들이죠. 해상풍력은 우연처럼 우리 도시에 찾아왔지만, 결과적으론 도시를 살렸습니다. 조사선, 운송선, O&M 선박 등이 들어오면서 기존 어업 기술은 새로운 산업으로 이전된 덕분이죠. 해상풍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그림즈비 수산시장은 상업적으로 존속하기 어려웠을 겁니다.”앤드류 올리버 그림즈비 수산시장 CEO
그림즈비가 해상풍력의 도시로 거듭나면서 지역 주민들의 만족은 커졌습니다.
“과거의 수산업과 수산물 가공업은 육체노동 중심이었지만, 해상풍력은 전자공학, IT, 기술직 중심입니다. 임금 수준도 훨씬 높죠. 그 결과, 점차 줄어들던 인구는 다시금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기보다 다시 들어오고 있는 것이죠. 외부에서 유입된 해상풍력 관련 인력들이 늘어나면서 숙박업이나 식당, 상점, 택시 등 지역의 서비스 산업도 함께 다시 성장했습니다.”앤드류 올리버 그림즈비 수산시장 CEO
대규모 해상풍력단지가 위치한 북해뿐 아니라 대규모의 터빈 블레이드 공장이 위치한 헐(Hull)과도 가까운 그림즈비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O&M 센터, 오스테드의동부해안허브(East Coast Hub)가 건립됐습니다. 이는 덴마크의 에너지 기업인 오스테드의 O&M 센터로, 총 6개의 발전단지를 관리합니다. 이곳에서 만난 엠마 톨슨 영국 오스테드 이해관계자 관계 총괄은 그림즈비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그림즈비의 항만을 중심으로 세대 간 변화를 목격했습니다. 부모 세대는 어업에 종사했습니다. 당장 저의 동료만 하더라도, 그의 아버지는 여전히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죠. 그와 그의 딸은 오스테드에서 해상풍력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수습 기간을 마친 한 직원의 경우에도, 그의 가족은 그림즈비에서 대대로 수산업에 종사해왔지만, 그는 터빈을 다루는 해상풍력 엔지니어가 됐죠. 수산업에도 여전히 일자리의 기회가 있지만 예전만은 못한 반면, 해상풍력엔 새로운 기회가 크게 열려있는 겁니다.해상풍력은 청년들에게 특히 더 흥미로운 산업이기도 합니다. 터빈 블레이드가 바다 위에서 돌아가고, 이를 운영하고 관리하기 위한 선박도 있고, 그린에너지의 생산이라는 전 지구적 목적에도 기여하죠. 요즘의 젊은 세대에겐 일 자체의 흥미뿐 아니라 목적의식도 매우 중요한데,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해상풍력산업인 겁니다. 이 허브에만 700명이 근무하고 있고, 인근 헐의지멘스가메사 터빈 블레이드 공장은 1,400명을 고용했습니다. 모두 이 지역에 전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입니다. 그러면 청년들에게도 선택지가 생깁니다. 나고 자란 고향에 남고 싶은 사람도 많으니까요. 이곳 허브 건물이 위치한 곳은 당초 목재 보관 용도로 쓰이던 곳이었는데, 항만의 노른자 땅에 목재를 두는 건 사실 '최고의 활용'이라고 보긴 어렵죠. 저희도 처음엔 항만 부지의 임시 건물에서 20명 정도 규모로 시작했습니다. 10여년 조금 넘는 사이에 그 규모가 700명으로 늘어났으니, 일자리 측면에서도 굉장히 큰 성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터빈 1기당 수명은 대략 30년 정도인데, 자동차를 정기적으로 정비하듯 풍력터빈 또한 유지보수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좋은 기술'과 그 기술을 갖춘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고요. 이는 곧, 오랜 시간 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일자리 자체가 늘어나는 것을 넘어, 일자리의 질도 좋고, 그러한 일자리가 장기간 유지되는 겁니다.”엠마 톨슨 영국 오스테드 이해관계자 관계 총괄
톨슨 총괄은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처음 그림즈비에 왔을 때, 전통산업인 어업이 쇠퇴하면서 지역 경제에 빈틈이 생기던 시기였습니다. 해상풍력이라는 새로운 기회에 주민들이 대체로 호기심을 갖고, 관심을 가졌던 이유일 겁니다. 물론, '이게 대체 뭔가'하는 회의감도 일부 있었습니다. 때문에 우린 이 한 가지 만큼은 분명히 하려 노력했습니다. 우리 산업이 지역과 그 주민에 가져오는 긍정적인 영향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인 이야기로 전달하는 것 말입니다.일자리의 창출, 공급망에 있어 지역 기업의 참여, 인프라에 대한 투자, 지역 환경의 개선 등은 물론이고, 우리가 다루는 최첨단 기술이나 혁신 등 해상풍력산업이 실제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를 소통했습니다. 또, 투명한 소통을 위해 숨김없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했죠. 지역사회의 이해를 이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니까요.이제 대규모 풍력단지는 상업운전을 한창 하고있고, 이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시점에선 지역사회로 '다시 다가가는 것'이 특히 중요해졌습니다. 바다에 아무리 많은 터빈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항만에 세계 최대규모의 O&M 시설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스쳐가기 쉽습니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우리의 몫이고요. 이를 위해 '지역 이익공유 펀드(Community Benefit Funds)'를 운영하기도 하고, 지역의 아이들 수천 명이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우는 시설인 '호라이즌유스존(Horizon Youth Zone)'과 같은 프로젝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년 마을 달리기 대회를 후원하며 우리의 이름을 주민들이 자연스레 접하는 데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그림즈비에 오랜 기간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죠.”엠마 톨슨 영국 오스테드 이해관계자 관계 총괄
이곳 센터에서 근무중인조쉬는 대도시로 떠나지 않고 그림즈비에 자리를 잡은 실제 사례자입니다. 조쉬는 24시간 운영 중인 해상풍력 통제실에서 근무중입니다. 수많은 터빈의 개별 컨디션과 더불어 기상 상황과 발전단지 인근을 지나는 선박, 헬리콥터 등을 감시하고, 관리하기 위해선 고도의 집중력뿐 아니라 전문성도 요합니다.
“운영센터에 입사하기 전엔 항해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으며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볐습니다. 당시엔 주로 해운업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죠. 저는 그림즈비에서 계속 살아왔는데, 항해사를 업으로 삼아 평생 전 세계를 계속해서 돌아다니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지금까지 배운 것과 경험한 것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게 됐고, 그렇게 운영센터의 통제실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이는 고향에서 일할 완벽한 기회였습니다. 다른 곳으로 이사할 필요도 없었고, 그동안 배를 타며 쌓은 기술과 지식을 활용할 수도 있었죠. 동시에 해상풍력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대해 배울 수도 있었습니다. 제 경험과 새로운 분야를 고향에서 결합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조쉬 영국 오스테드 해상풍력 운영센터 운영연락담당관
1997년생인 조쉬는 해상풍력산업이 자리 잡기 전과 후의 상황을 청년의 관점에서도 설명했습니다.
“과거 그림즈비의 청년들에게 열려있던 주요 선택지는 험버 강을 따라 늘어선 산업단지였습니다. 정유나 가스 정제시설, 각종 제조업이 있는 곳입니다. 여기가 아니면 다른 대도시로 나가 다른 일을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랬던 그림즈비에 이젠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이 들어서게 됐죠. 해상풍력산업이라고 하지만 직무는 매우 다양합니다. 제가 하는 업무와 같은 관제나 운영도 있고, 풍력터빈을 다루는 엔지니어링 파트도 있고, 미디어 담당도, 프로젝트 매니저도 있죠.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세계적인 산업부문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겁니다. 해상풍력발전이라는 것은 우리 지역이나 영국을 넘어,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일입니다.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면서 '우리가 큰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느끼고, 일에 흥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이렇게 일하는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여전히 '지역사회의 일부'라는 점입니다. 처음 오스테드가 그림즈비에 왔을 때에만 하더라도, 덴마크 회사라는 이유로 약간의 경계심이 있었습니다. '정말 지역 주민에게 좋은 일일까', '덴마크에서 인력이 대거 유입되는 것일까' 등등의 걱정들 말이죠. 하지만 이젠 저를 비롯해 많은 동료들이 직접 이곳에서 일을 하며, 우리가 지역사회의 일부라는 게 증명됐습니다.이런 상황에서 지역의 학교나 대학을 찾아가 진로 행사를 하는 것은 참 즐거운 일 중 하나입니다. 학생들에겐 해상풍력 자체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과도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가 그림즈비에서 운영된다', '바람이 강한 날엔 이곳에서 운영하는 해상풍력발전단지만으로 영국 전체 전력 생산의 15% 이상에 달하는 전기를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학생들의 표정은 놀라움으로 가득합니다. 단순 놀라움을 넘어 더 알고 싶고, 동참하고 싶어하죠. 실제 입사 지원서에서도 학생들의 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1~2명만 뽑는 자리에 수백명이 지원할 만큼, 해상풍력에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거든요.”조쉬 영국 오스테드 해상풍력 운영센터 운영연락담당관
이처럼 영국의 해상풍력 확대는 그저 '재생에너지 발전원 비중의 증가'만을 의미한 것도, 의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산업을 통한 기회의 창출이라는 것이 이러한 대대적인 확대의 배경이었죠. 해상풍력을 대하는 '한국과는 다른 관점'은 또 있습니다. 바로, 해외 기술의 도입입니다. 이에 대해선 다음 주 연재에서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영국과 우리나라의 해상풍력을 돌아본 다큐멘터리 〈바다, 에너지 안보의 시작〉은 다음의 링크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다시보기] 바다, 에너지 안보의 시작 (1부) https://youtu.be/kO_kCdt95nM?si=yqZAqgf6vnWhSTh6
[다시보기] 바다, 에너지 안보의 시작 (2부) https://youtu.be/72mxqYlArJM?si=dCtVWzCftSGNj3os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