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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는 그 것 가격했기 안 어둠 다들톰 삭스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부터 ‘DDP’라는 공간을 하나의 행성으로 인식해 작품을 만들었다. 가장 좋아하는 지구상의 ‘구석’도 동대문 인근의 오래된 상가 골목이다. 삭스가 입고 있는 감색 재킷은 그의 팀의 유니폼 같은 옷.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흰 우주복을 입은 우주비행사 두 명이 뚜벅뚜벅 걸어 리프트카를 타고 착륙선(LEM)에 오른다. 등에 멘 네모난 장비에는 나사(NASA) 문양이, 왼 팔뚝에는 성조기가 선명하다. 이 우주인들은 지상의 ‘총지휘관’ 톰 삭스(Tom Sachs·59)와 소통하며 화성 탐사를 성공적으로 마친다.
그런데 이 우주 비행은 미국 휴스턴이 아니라 서울 동대문 DDP 뮤지엄 1홀에서 펼쳐졌다. 전시티케이케미칼 주식
관 한가운데 아폴로 11호가 착륙했다. 높이 7m에 무게가 4t 남짓, 꽤 그럴싸하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니 이 우주선은 합판으로 실제와 흡사하게 만든 모형.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다만 내부는 사람 두어 명이 들어가도 괜찮을 정도로 견고하고, 싱크대에선 물도 나온다. 성경과 보드카가 실려 있고, 노란색 에어탱크와 드릴·니퍼·펜치 등을 걸어놓은 주식조회
작업판도 있다. 나이키의 ‘마스야드’ 모델 스니커즈를 신은 두 우주인은 움직임이 매끄럽다.
톰 삭스는 나사 사령관이 아니라 미국 예술가다. 그는 ‘로켓 발사’ 파트에서는 장난감 로켓 모형이 발사되는 광경을 비췄고, 로켓이 대기권을 벗어나자 ‘엔진 셧다운’이라는 명령에 맞춰 손으로 그린 로켓 그림에서 ‘불꽃 꼬리’ 부분을 가위로 싹둑 잘라냈지아이바이오 주식
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4월 25일부터 DDP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 29: 톰 삭스 전 ‘스페이스 프로그램: 무한대’의 작가 톰 삭스를 만났다. 30년째 전개하고 있는 스페이스 프로그램의 마지막 버전이다. 그의 팀은 개막식에서 장장 7시간에 걸친 ‘우주 유영식’을 했다KCW 주식
. 두 명의 우주 비행사가 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화성을 탐험하는 내용이다.
톰 삭스(가운데)와 두 명의 우주 비행사들. /현대카드 제공
이런 ‘라이브 데몬스트레이션’은 아시아에선 처음이다. 그는 이 길고 지루한(KSTAR수출주 주식
본인 표현이다) 의식을 ‘퍼포먼스’라 부르는 걸 혐오한다. “과학은 엔터테인먼트와 다릅니다. 이건 진짜예요. 퍼포먼스가 아닙니다. 과학은 원래 지루한 것이고, 우리는 즐기자고 여기에 있는 게 아닙니다.”
합판과 테이프로 만든 우주선
톰 삭스는 합판이나 테이프, 골판지 같은 일상 재료로 무언가를 고치거나 새로 만드는 ‘브리콜라주(bricolage)’를 활용해 작업해 왔다. 그와 대화를 나눈 곳은 전시장의 ‘MCC(Mission Control Center)’, 나사의 관제 센터를 닮았다. 빼곡히 설치된 모니터 49개로 전시장 곳곳을 볼 수 있고, 라이브 데몬스트레이션이 진행되는 동안 톰 삭스가 이 자리를 지켰다. MCC 역시 오래된 모니터와 캐비닛, 전광판, 라디오 등을 조립해 만든 것이다.
톰 삭스가 전시장의 MCC 앞에 섰다. 나사의 관제 센터를 닮았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이번 전시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유명세 혹은 명성이라는 것은 죽은 자의 햇빛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햇빛은 결국 우리가 사는 대지에 의해 소비되고, 우리의 육체는 결국 원소로 소멸돼요. 태초에 만들어진 원소의 형태로 돌아갑니다.”
-시적이군요. 그런데 왜 일상 속 소재를 사용합니까.
“투명하고 단순한 게 중요합니다. 불투명하고 비밀스러운 것은 두려움과 반목·갈등을 만들어내요.”
-가까이에서 보면 테이프 자국이 선명한데.
“세상에는 아름답고 완벽해 흠잡을 데가 없는 공산품이 있습니다. 예술가의 특권은 내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거예요. 우리가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자랑하듯 그냥 보여드리는 거죠.”
제법 그럴싸하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 일상 속 소재로 만든 가짜다. 이 우주복은 종이로 만들었다. /김경화 기자
-어쩌다 우주에 빠졌습니까.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은 지구를, 지구의 자원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예요. 우리 자신을, 우리의 삶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겁니다. 지구가 다 망가져 새로운 터전을 찾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첫 프로젝트부터 아폴로 11호가 등장했는데.
“아폴로 11호에서 시작했지만 우리는 계속 거듭나고 있어요. 과학과 종교는 평행합니다. 동일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죠. 우리가 유일한 존재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같은 질문 말이에요. 과학은 신념이자 믿음입니다.”
-그래서 도착하고자 하는 곳은?
“그 누구도 답은 알 수 없지만, 스토리텔링과 신념으로 우리가 도착하는 하나의 단어는 ‘무한성’입니다. 무한에 닿는 것이요.”(이번 전시의 제목은 Infinity, 무한대다.)
최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약혼녀와 팝스타 케이티 페리 등 미국 유명 여성 6명이 ‘10분’의 우주 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왔다. ‘10억달러’짜리 우주 여행에 온갖 조롱이 쏟아졌다.
-당신도 우주에 가고 싶나요?
“아뇨. 우주는 적대적이고 위험해요. 저는 가고 싶지 않아요. 우주인이 된다는 건 아주 진지한 무예(Martial art)입니다. 캐주얼한 게 전혀 아니에요. 지구는 따뜻하고 촉촉한 키스 같죠. 전 이 행성의 구석구석을 더 탐험하겠어요.”
새 작업실을 만든다면 동대문에
-현시점에 지구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석’은 어디인가요.
“만약 제가 새로운 스튜디오를 만든다면, 이 동네에서 열겠습니다.”(그의 눈이 반짝 빛났다.)
-서울 동대문 지역이요?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완전히 매료됐습니다. 이 지역은 35년 전의 도쿄, 50년 전의 맨해튼 느낌이 있어요. 서울은 아주 아름답게 시적으로 진화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세계의 시선이 서울에 쏠리는 것이겠죠.”
그의 팀은 청계천과 을지로의 오래된 작은 ‘공업사’들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톰 삭스가 만드는 작품의 재료들이 잔뜩 쌓여 있는 곳. 사실 서울에서도 점점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긴 하다.
-(작업 재료) 쇼핑을 좀 했나요?
“제가 필요한 건 사실 모두 가지고 있어서.... 다섯 살에 뉴욕에 왔을 때는 그런 게(공업사) 많았는데, 지금은 모두 사라졌어요. 세계를 많이 돌아다니는데 어디에 가도 이제 그런 감성을 가진 곳이 없습니다.”
-한국 현대미술에는 어떤 인상을 갖고 있습니까.
“한국 작가들은 이렇게 무언가 태동하는 마법의 순간을 잘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서도호, 이불 작가는 국적이 한국일 뿐 아주 세계적인 작가라고 생각해요.”
전시회 개막식에는 배우 류준열과 고경표, 가수 박재범·그레이·비와이 같은 셀럽이 여럿 참석했다. 톰 삭스는 지드래곤과 BTS 제이홉이 사랑하는 예술가로도 알려져 있다. 2022년 전시회는 하이브 인사이트에서 열리기도 했다.
-한국 브랜드나 아티스트와 협업 계획이 있습니까.
“엊그제 부산에 다녀왔는데요. (그의 눈이 또 반짝였다.) 운동화를 만드는 창신그룹 공장에 가서 한 여사님을 만났습니다. 엄청나게 고퀄리티이고 기술력이 대단해요. 직접 운동화 만드는 것을 해봤어요.”
-지금 신고 있는 나이키 마스야드요?
“네. 2007년 제가 처음으로 만든 마스야드를 그 여사님이 꿰맸고, 지금 제가 신고 있는 것도요. 20년 가까이 같은 사람이요! 그분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협업은 사실 사람과 관계된 문제예요. 지드래곤도 그저 유명한 사람일 뿐, 여전히 다른 모두와 같죠.”
톰 삭스의 팀은 모두 나이키 마스야드를 신고 있었다. 텐 불릿(10개의 총알)을 새긴 감색의 워크 재킷과 짙은 색상의 셀비지 데님도 일종의 유니폼.
톰 삭스의 팀은 모두 나이키 마스야드 모델 스니커즈를 신고 있다. 감색 워크자켓과 짙은 색 셀비지 데님도 일종의 유니폼. /김경화 기자
미국 꼰대 예술가의 10가지 규칙
톰 삭스는 완벽주의자처럼 보였다. 그의 작업실은 ‘텐 불릿’이라는 엄격한 10가지 규칙으로도 유명하다. ‘스튜디오는 신성한 공간이다. 청결하고 정돈된 상태를 유지하라’ ‘펜과 다이어리를 늘 지니고 다녀라’ ‘모든 물건을 비슷한 특성의 그룹으로 분류해 평행이나 직각으로 배열하라’ 같은. 요즘 시각에서는 ‘꼰대’ 같달까. 2023년 직원들에게 폭언과 가스라이팅 등 ‘갑질’을 해 왔다는 논란이 불거져 사과하기도 했는데, 어떤 맥락에서 벌어진 일인지 그림이 그려졌다. 그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상처받은 시간”이라며 “우리는 최고의 우수성, 탁월함의 기준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텐 불릿을 보면 얼마나 완벽주의자인지 알 것 같아요.
“텐 불릿은 저를 포함한 모두에게 적용되는데, 사실 보편타당한 것들이에요. 나사에서도, 맥도널드에서도, 많은 대학에서도 텐 불릿 영상을 돌려 봅니다. 어떤 엄마들은 아이한테 보여주고요.”
-MZ들이 몰려올 전시 같은데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열심히 일하고, AI를 적극 활용하세요. 그런데 동시에 망치를 쓸 줄 알아야 합니다. 망치 쓰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전적으로 의지하진 말고 스스로 잘 쓸 줄 아는 도구를 갖춰야 합니다. 용기를 갖고 하고 싶은 것을 적극적으로 펼치세요. 좋아하는 것을 찾고 열정으로 잘하면 돈은 따라옵니다.”
톰 삭스는 많은 브랜드와 협업하며 돈도 잘 버는, ‘사업가’ 같은 예술가라는 인상이 컸다. 그런 세간의 평가를 그는 부정하진 않았다. 다만 예술도 노동처럼 근면하게 하는 게 몸에 밴, 꼰대 세대의 성공한 예술가라고 할까. “우리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잖아요. 하지만 계속 일하고 계속 최선을 다하는 것 자체가 큰 위로를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