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산재 사망사고 절반 감축'을 내걸었지만 광주·전남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끼임, 추락 등 노동자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석유 화학공장 밀집지인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의 모습.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산업재해 사망사고 절반 감축'을 목표로 내걸고 산업안전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었지만, 광주·전남 산업현장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11일 고용노동부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산업재해 사망자는 589명으로 전년(598명)보다 소폭 줄었으나, 전남은 같은 기 간 33명에서 38명으로 15% 이상 늘었다. 전남은 경기·울산과 함께 사망자가 증가한 세 지역 중 하나로 ▲2022년 36명 ▲2023년 33명 ▲2024년 38명으로 3년 연속 30명대 였으며, 올 상반기(2분기)에도 1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광주는 ▲2022년 12명 ▲2023년 8명 ▲2024년 4명 ▲2025년 상반기(2분기) 4명으로 확 인됐다.
올 하반기에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졌다. 지난 1일 순천 폐기물처리업장에서 60대 근로자가 돌 분쇄기에 끼어 숨졌고, 같은 날 광주 광산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도 근로자가 작업대와 외벽 사이에 끼어 중상을 입었다. 다음 날 광주 동구 다세대주택 공사장에서는 60대 근로자가 엘리베이터 통로에서 4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모두 기본 안전수칙 미이행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사망 원인은 해마다 비슷하다. 지난해 전국 산업재해 유형별로 '떨어짐'이 전체의 43.8%로 가장 많았고, '끼임'(9.1%), '깔림·뒤집힘'(6.5%)이 뒤를 이었다. 전남의 조선·철강·화학 등 중화학 공업 중심 산업구조가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대불산단에서는 선박 부품 교체 중 근로자 가 2m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고, 여수산단에서는 열교환기 폭발로 4명이 사망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국회의원(목포시)이 한국산업단지공단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광주·전남 주요 산업단지(여수·광양·대불·빛그린)에서만 30건의 중대사고가 발생했다. 전국 133건 중 약 4분의 1이 해당 지역에서 일어났으며, 유형별로는 산업재해 약 60%, 화재 27%, 폭발 13%였다.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지역 관리체계의 한계가 있다. 지역 노동청은 산재의 유형별·원인별 세부 통계를 관리하지 않아 사고의 흐름을 분석하거나 지역 맞춤형 예방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 관련 통계는 고용노동부 본부가 일괄 관리하는 구조로 지역 노동청은 업종별·유형별 통계를 자체적으로 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고의 흐름을 분석하거나 지역 산업 특성에 맞는 예방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단공의 안전관리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전남본부가 관리하는 여수·광양·대불 등 국가산단 900여 입주기업을 안전관리자 4명이 맡고 있다. 여수산단은 2명(300곳), 대불산단 1명(390곳), 광양산단 1명(200곳)이다. 광주산업단지공단은 광주첨단산단(2천427곳)과 빛그린산단(141곳)을 3명이 담당한다. 광주산업단지공단의 경우 광주첨단과학산단(입주기업 2천400여 곳)과 빛그린국가산단(140여 곳)을 함께 관리하며, 안전관리센터장 1명이 전담하고 대체인력 2명을 포함해 총 3명이 두 산단 전체를 맡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의 산업구조적 요인을 근본 원인으로 지적한다. 전남은 중소 제조업·하청 중심 산업지로, 위험도가 높은 공정이 다단계 하청으로 전가된다. 안전관리비 축소와 인력 이탈, 숙련도 저하가 맞물려 사고 위험을 키우는 구조적 한계다.
손상용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 운영위원장은 "중앙정부는 법과 제도 개선을 내세우지만, 정작 사고가 나는 현장은 지자체 관할이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아쉽다. 노동부·지자체·지방청이 함께 움직이는 일원화된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것이 근본 문제다. 대불산단만 내 모 기업에서 한 해에만 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며 "민관이 협력해 지역 차원의 안전관리 체계를 세우고, 중앙정부가 이를 조정할 상설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