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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는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안들을 공약으로 내놨다.[사진｜뉴시스]
6·3 대선에 출마한 주요 정당 후보들은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우클릭'했다. 그 과정대화제약 주식
에서 저소득층, 노동자, 장애인, 노인, 성수소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이들 계층에게 주목한 건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거의 유일했다.
권영국 후보의 공약은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0대 공약 중 첫번째도 '증세를 통한 불평등 해소'다. "상속세·증여세를 90% 인상하고, 소득세·법인세의 최고세율을 끌S&T모터스 주식
어올려 불평등을 완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이 14.9%(2023년 기준)에 달할 만큼 경제적 양극화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참고: 상대적 빈곤율은 중위 소득 50% 이하에 해당하는 가구의 비율을 나타낸다.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프랑스(8.2%), 영국(11.8%), 호주(12.6%)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야마토릴게임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물론 '부자증세'를 앞세운 권영국 후보의 공약은 다소 급진적이란 평가도 없진 않다. 그만큼 따져볼 점도 많다. 다만, 경제적 불평등 문제는 '공약논쟁前 5편: 그렇게 오른 게 월 209만원, 최저임금의 역설(더스쿠프 651호)'에서도 다룬 만큼 이번엔 권 후보의 사회적 불평등 해소 공약에 초점을 맞대박파트너스
췄다.
대표적인 게 '노동기준법' 공약이다. 권 후보는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이른바 '노동기준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포괄적 차별금지법'도 제정해 국제적 수준의 인권강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장애인의 이동권·노동권 등을 강화하고 기초연금을 인상해 노인 빈곤을 해소한다는 방안도 눈길을 끈다. 대부분 '필요성'이 대두된 지 오래지만, 좀처럼 진척을 이루지 못한 이슈들이다. 그렇다면 이런 공약들이 나온 배경과 함의는 무엇일까. 하나씩 살펴보자.
■ 논쟁➊ 노동기준법 = 올해는 근로기준법을 시행(1997년)한 지 28년이 되는 해다. 이 법에 따라 노동자는 해고 제한, 근로시간 제한, 야간·연장·휴일 근로 가산임금 지급, 연차유급휴가 보장 등의 권리를 보호받는다. 하지만 모든 노동자가 대상인 건 아니다. '상시 근로자가 5인 미만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는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최근 가파르게 늘어난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도 마찬가지다.
5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의 86.3% (이하 2023년 기준)에 달하고,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가 770만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8년부터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달라진 건 별로 없다.
법의 테두리가 없으니 노동 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 46.3시간(이하 2022년 기준)으로 법정 노동시간(주 40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번 대선에서도 주 4.5일제 도입이 이슈가 됐지만 이들에겐 딴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실제 노동일수가 주 5.5일에 달하기 때문이다. 임금체불을 경험하는 비중도 전체의 10.0%에 이른다. 권 후보의 노동기준법 공약을 흘려보내선 안 되는 이유다.
■ 논쟁➋ 포괄적 차별금지법 = '포괄적 차별금지법'도 살펴봐야 할 점이 많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말 그대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서 인종·출신 국가·언어·종교·성정체성 등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는 넓은 범주의 차별금지법이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으로 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일부 종교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그 후 20년 가까이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그렇다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이대로 내팽개쳐도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지금 한국은 도를 넘어선 혐오로 얼룩져 있다.
혐오와 차별은 속성상 맞닿아 있어서 이런 분위기는 인권의 붕괴를 부추길 수 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혐오표현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2022년)'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82.4%는 "온라인상에서 혐오 표현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혐오표현의 수준이 심각하다"는 응답률은 94.0%나 됐다. 지금이라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더욱이 OECD 회원국 중 이 법을 시행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 유엔 조약기구는 2007년 이후 14차례에 걸쳐 한국 정부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바 있다.
■ 논쟁➌ 장애인 권리 강화 = 권 후보가 강조한 공약 중 눈여겨봐야 할 건 또 있다. 장애인의 삶을 보듬겠다는 공약이다. 지난해 기준 등록 장애인은 26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5.1%에 달한다. 제법 많은 수인데도, 일상의 평범함을 제대로 누리는 이들은 많지 않다.
가령, 장애인 중 취업자 비중(이하 2023년 기준)은 37.2%에 불과하다. 경제활동은커녕 마음대로 이동할 수 없는 이들도 숱하다. 외출 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비중은 35.2%였고, 전혀 외출을 하지 않는 장애인도 3.5%나 됐다.
이 때문인지 장애인의 전반적 행복감은 5.79점(10점 만점)에 그쳤다. 전체 인구의 평균 행복감(6.56점) 대비 11.7%나 낮았다. 장애인의 이동권·노동권을 보장하는 권 후보의 공약이 그냥 폐기돼선 안 되는 이유다.
■ 논쟁➍ 노인 빈곤 완화 = 한국 사회의 난제 중 하나인 고령화도 권 후보가 꼬집은 분야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중요한 건 노인 삶의 질質인데. 지표는 썩 좋지 않다. 65세 이상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의 평균치(14.2%·2020년 기준)를 훌쩍 뛰어넘는 38.2%(2023년)에 달했다.
국민연금(노령연금)·기초연금 등 공적연금의 커다란 사각지대가 노인의 삶을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만 65세 이상의 국민연금 수급률은 58.6%(총 1024만명 중 601만명)에 불과했다. 2023년 처음으로 50%대를 넘어선 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인의 절반가량은 국민연금 수급 대상이 아니다. 국민연금의 경우 최소가입기간 10년을 채워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권영국 후보는 장애인의 이동권·노동권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그렇다고 기초연금을 받는 게 쉬운 것도 아니다. 1인가구 기준 월 소득인정액 228만원 이하, 부부가구 364만8000원 이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소득인정액이란 근로소득뿐만 아니라 주택·부동산 등 각종 재산을 환산한 금액이어서 노인층 중에서도 탈락자가 생각보다 많다.
2023년 기초연금 수급률도 67.0%에 머물렀다. 어렵사리 기초연금을 받더라도 한달 연금은 최대 34만2510원(이하 1인가구 기준)에 불과하다. 노후 최소생활비 월 136만1000원(2023년 기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물론 권 후보의 공약은 기초연금을 현재의 2배에 달하는 70만원으로 올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파격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재원 조달 방안도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럼에도 가장 취약한 계층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사실엔 의미를 둘 만하다. 권 후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