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 무안면의 한 고추 농장. 은은한 초록빛 잎사귀 사이로 통통하게 살이 오른 꽈리고추가 모습을 드러낸다. 줄기마다 매달린 고추들은 제 몸을 알맞게 채운 듯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우진하(53) 씨는 하우스를 오가며 생육 상태를 꼼꼼히 살핀다. 맛 좋은 고추를 생산하기 위해 매일 햇빛과 온도, 수분의 균형을 맞춰온 지도 어느덧 16년째다.
우진하씨가 밀양시 무안면의 고추 농장에서 수확을 앞둔 꽈리고추를 살펴보고 있다./성승건 기자/
WRAP
아이에 맘껏 뛰노는 환경 주려대형 화물차 사업 정리 후고추 주산지 밀양으로 귀농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선택한 귀농, 그리고 고추=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었어요. 도시에서는 밤늦게까지 학원 다니기 바쁘잖아요.”
40년 넘게 도시에서 자리잡고 살아온 진하씨는인터넷신천지
지난 2010년 밀양시 무안면으로 귀농했다.
귀농을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자녀였다. 그는 자녀들에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성장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바람에서였다.
그 길로 연고 하나 없는 농촌에 가족과 함께 귀농을 감행한 그는 대형 화물차 사업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농업인의 삶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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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평 하우스서 농사 시작청양·꽈리고추 등 재배3년 후 4000평 규모로 확장‘맛나향’ 지킴이 활동도
◇농사도 ‘경영’…품종 다변화로 수확 시기 분산=처음에는 300평짜리 하우스 2동에서 고추 농사를 시작했다. 이후 농사가 잘 되면서 3년 뒤에는 1200평, 이후에는 4000평 규모까지 확장했다. 현재는 700평짜리 하우스 5동을 운영하며 파칭코하는법
청양고추와 꽈리고추를 주력으로 재배하고 있다.
그가 고추 농사를 선택한 이유는 지역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밀양시 무안면은 고추 주산지인 만큼 고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지역 기후와 유통 구조를 고려한 선택이었다.
현재는 하우스 1동당 연평균 7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다.
계절별로 청양고추, 꽈알라딘체험머니
리고추, 일반초 등 품종을 달리하며 수확 시기를 분산시킨 결과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농협 공선출하회를 통해 품질 관리와 유통을 체계화하면서 우수한 품질의 고추로 지역 내에서 꾸준한 신뢰를 얻고 있다.
그는 농사를 단순히 ‘작물 재배’로 보지 않는다. 농업은 하나의 ‘경영’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작물에 대한 공부부터 인력 배치, 시세 분석까지 모두 계획과 전략이 필요한 일이다.
“예전에는 그냥 농민이었는데 이제 농업 경영인이라고 부르잖아요. 그만큼 농업을 하려면 경영을 배우고 들어와야 할 정도로 공부가 필요해요.”
우진하씨가 수확한 홍고추를 박스에 담고 있다./성승건 기자/
◇지역 고추 농업의 중추 역할 톡톡= “결국 농사든 관계 등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문을 두드려야 해요.”
연고가 없는 지역에 정착한 만큼 초기에는 농촌에 녹아드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농촌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해 그는 마을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민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꾸준히 만들었다. 때론 오해도 있었지만 시간을 들여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나갔다.
이제는 고추 작목반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고추 농업을 이끄는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작목반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강사를 초빙해 새로운 재배법을 도입하는 등 공동의 기술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밀양 고추 농가들이 다 잘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주는 게 저희 작목반에서 해야 할 일이죠. 그게 우리 밀양 고추 브랜드 ‘맛나향’을 지키고 알리는 일이니까요.”
우진하 씨가 밀양시 무안면의 고추 농장에서 수확을 앞둔 꽈리고추를 살펴보고 있다./성승건 기자/
“연고 없는 농촌 정착 위해작물 공부·마을행사 참여최소 6개월 농사일 해봐야농업에도 경영 마인드 필요”
◇녹록지 않은 귀농 현실… 장밋빛 미래만 그리면 안돼= 진하 씨는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냉철한 현실 인식과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장밋빛 미래만 생각하며 들어오기엔 농촌 생활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지원금과 저리 융자만 믿고 뛰어들면 위험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직접 농사일을 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최소 6개월 정도는 실제로 작물을 심고 키워보면서 ‘이 일이 내게 맞는지’를 몸으로 느껴봐야 해요.”
또한 그는 경영 마인드가 없는 귀농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강조한다.
“작물 선택도 아무거나 하면 안 됩니다. 지역 특성, 유통 구조, 인건비까지 계산해서 수익이 나올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해요. 그러려면 농업 교육을 받는 것도 필수고요. 각 지자체나 농업기술센터, 농협 등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적극 활용하면 좋겠어요.
그의 말은 현실적이고 냉정하지만, 동시에 깊은 애정과 책임감이 묻어난다. 진하씨는 오늘도 고추밭을 돌며 하우스 안팎을 살핀다. 농사의 답은 없지만, 정답에 가까운 길을 그는 묵묵히 걷고 있다.
☞ 밀양시 귀농귀촌 지원책은
농지 임차료·기자재 등 귀농인 초기 정착 지원
밀양시는 귀농·귀촌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한 다방면의 지원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사업’을 통해 만 65세 이하 귀농 세대주에게 농업창업자금 최대 3억원, 주택자금 7500만원을 연 2%의 저금리로 융자 지원한다. 주택개량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최대 2억5000만원까지 융자가 가능하며 취득세 감면, 설계비 및 지적측량 수수료 감면 등 세제혜택도 제공된다.
영농 초기 귀농인을 위한 정착지원도 눈에 띈다. 농지 임차료(최대 100만 원), 농업용 시설·기자재 구입 등 초기정착비(최대 1000만원), 이사비, 지역 주민 교류행사비 등이 지원된다.
귀농 전 사전 체험도 가능하다. 밀양시는 예비 귀농인을 위한 ‘귀농인의 집’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1년간 임시 거주지를 제공한다. 주요 작목과 토양, 병충해 관리법을 배우는 기초 영농교육과 선도농가와의 1:1 현장실습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청년층을 위한 맞춤형 정책도 다양하다. 만 18~40세 이하 청년 귀농인에게는 영농 정착자금으로 월 최대 110만원이 최대 3년간 지급된다.
만 40~50세 미만을 위해 1년간 월 100만원 바우처 방식으로 경영비와 생계비를 지원하는 ‘청년농업인 취농직불제’도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청년 소규모 스마트팜 조성사업을 통해 0.3㏊ 이내의 스마트 온실 조성에 필요한 ICT 기반 시설, 냉난방 설비, 수직농장 시스템 등에 대해 개소당 4억5000만원 규모의 보조금(자부담 50%)을 지원하며, 후계농업인에게는 최대 5억원까지 장기융자 혜택도 제공된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