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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에서 2026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소설 예심 심사위원들이 원고를 심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인 박소란, 문학평론가 박인성, 소설가 정영수, 시인 박준, 시인 유희경, 문학평론가 박혜진, 소설가 서이제. /장련성 기자


지난 11일 2026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소설 예심 심사가 진행됐다. 시 부문은 시인 박준·유희경·박소란, 소설 부문은 소설가 정영수·서이제, 문학평론가 박인성·박혜진이 심사를 맡았다. 예심 결과, 시 11명, 소설 10명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다. 바다이야기게임사이트 이날 심사 후 심사위언들에게 짧은 심사평을 요청했다. 다음은 예심 심사위원들의 심사평 전문.
◇시 부문 심사평
시인 박준
응모작의 양적 증가와 더불어 괄목할 지점은 저마다 구현하고자 하는 미학의 상향 평준화였다. 첫 번째로 놓인 작품뿐만 아니라 마지막 순서로 둔 작품까지 편차 없이 고른 긴장감을 유지하고 황금성게임다운로드 있는 경우가 많아 숙고의 시간을 더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우리가 시적이라고 규정하고 합의한 틀을 넘어 자신만의 개성 있는 구조와 발화 방식으로 시적인 것을 새로 구축하는 응모작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한자리에 안주하기보다는 긴 모험 끝에 멀리 나아갈 때 혹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때 문학다운 궤적을 가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상기할 수 있었다. 손오공게임
시인 유희경
예년에 비해 현저한 늘어난 투고작들을 산처럼 쌓아놓고 양가의 감정에 시달렸다. 눈에 띄게 상향 평준화된 수준은 고르기를 망설이게 만드는 곤혹스러움을 불러왔다. 한편, 시를 사랑하는 이들이 아직도 여전히 이만큼이나 있다는 반증 아닌가 설레고 기뻤다. 대체 무슨 일인가 분석하기 이전에 분명 놀라운 일이 아닐 수 골드몽사이트 없다 싶다.
재치 넘치는 작품들이 많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뜻밖의 전개, 경계를 허무는 상상력. 이것이 그저 반가운 일인가, 생각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이 같은 요소만이 앞설 때 자칫 형식에 함몰되기 십상이며, 일종의 패턴화에 스스로 언어를 가둬버리는 우가 따를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맥락과 무관하게 사용되는 외래어, 불분명 바다이야기비밀코드 한 의도로 차용한 타 장르의 문법, 누군지 알 수 없는 이를 향한 호명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실제로 적지않은 투고작에서 느껴지는 틀의 반복에서 오는 피로감이 꽤 컸다. 우리를 감탄하게 만드는 것은 거절할 수 없는 사유와 그로부터 비롯되는 의외의 감각이다. 답을 내릴 수 없을지라도 시와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는 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시, 이런 작품이 좋은 시가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다음의 도약까지 가늠해보는 이 시간이 즐거웠다. 기성의 문학 논리를 전복하려는, 세계를 새롭게 재편해보려는 열망의 에너지가 느껴진 탓일 게다. 심사의 어려움을 기꺼이 감수하게 만드는 매혹은 이로부터 온다. 어디서든 어떻게든 우리는 문학으로 만날 것이다. 그때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투고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보낸다.
시인 박소란
숙련도를 갖춘 작품이 많았다. 그중 대부분은 말을 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더하는 방식으로, 주변적인 요소까지 과도하게 나열하는 방식으로 나름의 언어적 미감을 획득하려는 듯했고, 때문에 장형화·산문화의 경향이 짙었다. 작품의 완결성과는 별개로 그 형식이 대개 엇비슷하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내용은 주로 일상 속 개인의 다단한 고민과 함께 외로움, 그리움, 두려움 등을 다루었다. 더러 민족 갈등과 전쟁 등 최근의 지구적 사안을 조명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카페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거나 커피, 디저트 류를 소재로 쓴 작품이 자주 눈에 띄었다. 시 혹은 시 쓰는 행위 자체를 드러낸 작품도 적지 않았다.



지난 11일 진행된 2026 조선일보 시·소설 예심 심사 현장. /장련성 기자


◇소설 부문 심사평
소설가 정영수
투고작들을 보면 역시 문학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에 없이 많은 작품이 투고되었는데, 대부분의 소설이 이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이었다. 재난이나 참사, 국제 분쟁을 소재로 삼거나 시위대가 등장하는 작품들도 많았다. 중심 주제가 아니어도 대출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는 경우도 꽤 많았고, 주거 불안정에 대한 이야기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이 소재로 등장하거나, AI가 화자인 소설도 상당히 많았는데, 그것이 SF 소설이 아니라 동시대를 그린 현실적인 이야기로 느껴진다는 점이 새삼 흥미로웠다.
하지만 소재만 전면으로 부각되고 이야기 자체의 힘은 약한 작품들이 많은 점은 아쉬웠다. 무엇보다 좋은 문장에 대한 고민이 담긴 작품도 기대만큼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간혹 모든 면에서 완벽하진 않더라도 이야기를 즐겁게 써내려갔다는 것이 느껴지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여전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발표가 보장되지 않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쓴다는 사실이 놀랍다. 작품을 보낸 모든 분들께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소설가 서이제
이번 심사를 통해서, 어느 때보다도 고조된 고용 불안의 현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출발점은 각기 다르더라도, 많은 작품이 일자리 문제를 주된 갈등으로 다루고 있었다. 어려운 취업 과정, 기업의 내부 시스템 문제에 대한 환멸과 고발, 비자발적 퇴직 후의 삶, 은퇴 후 겪는 경제적 고립과 부모 세대의 경제적 지원 단절로 인한 독립의 압박,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인한 일자리 대체 등. 기후 위기나 동물권, 장애, 젠더 갈등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다뤄졌던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었다.
예년보다 투고된 작품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안정적인 문장과 형식을 갖추고 있어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 소설들이 사회현상을 핍진하게 그리는 데 반해, 그 현상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려는 시도는 드물었다. 그래서 동시대의 절박한 문제를 다루더라도, 작가의 고유한 시선과 이를 소설적으로 풀어내려는 노력이 드러난 작품들에 더 마음이 갔다.
지금 내가 마주한 현실은 어떻게 소설이 될 수 있는가? 왜 소설이 되어야 하는가? 이 근본적인 물음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현실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작가의 시선에 의해 현상 이면에 숨겨진 세계가 발굴되기를 바란다.



응모작을 살피는 시·소설 예심 심사위원들. /장련성 기자


문학평론가 박인성
202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의 예심은 예년보다 부쩍 높아진 참여 열기로 1300여편의 작품들을 살펴보아야 하는 강도 높은 과정이었다. 응모편수가 많아진 만큼 평균에 미달하는 작품들이 많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과 달리, 전반적으로 작품의 평균 수준은 우수한 편이었으나 그러한 평균성의 함정이랄까, 작품의 개성적인 매력을 선보이는 작품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주로 현실이나 일상에 밀착한 마이크로 리얼리즘을 그려낸 작품들이 많았으며, 대개는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에피소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인상도 강했다. 그런 와중에도 흥미로운 경향이라 할 것은, SF라는 장르적 문법이 아니라 현실 기반의 기술 중심 소재나 사유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AI를 포함하는 다양한 기술 분야가 소재화되거나, 직업적 현실에 적용되는 사례가 많았다.
연애를 소재로 한 이야기도 그전보다 많았는데 흥미롭게도 일반적인 연애소설의 문법이 아니라, 연애나 사랑에 대한 욕구와 충동 자체를 소재화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실직이나 실업 상태, 대출과 같은 경제적 어려움이 소설의 자연화된 배경처럼 등장하는 것 역시, 현실의 차원과 소설이 시대적으로 동기화되는 현상에 가깝다. 물론 우리 시대의 현실과 일상에 밀착한 소재를 소설로 가져오는 것은 좋으나, 둘 사이에 간극이 없다면 오히려 소설적 사유가 자리 잡을 틈 역시 없는 것처럼 보였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비슷한 소재라도 할지라도 소설적 형상화라는 구성적 측면이나 개성적 스타일, 확장된 사유까지 보이는 작품들이 이번 예심에서는 더 큰 경쟁력을 보여주었음을 강조하고 싶다.
문학평론가 박혜진
인공지능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인공지능을 매개로 한 연애, 인공지능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 등 내용 면에서는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작품이 확연히 많았다. 반면 구조와 형식에서는 사실주의적 접근이 주를 이루었고, 실험적이거나 독창적인 시도를 보이는 작품은 드물었다. 까다로운 소설이 반드시 좋은 소설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단순하고 읽기 쉬운 작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은 급증한 응모작 수와 대비해 아쉬움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