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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지. 자신과는 신경도 일어서는 것인가. 는 글쎄요.[오성훈 기자]
"저 혼자서는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28일 오전 11시 40분, 우리 학교 교육정보부장이 관리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5일 전 도착한 공문, 한 달 후 시행되는 새 법령, 그리고 텅 빈 방학의 학교. 그는 교육청 '줌'(원격 화상회의 플랫폼) 연수 링크를 첨부하며 조심스럽게 요청했다.
"혹시라도 시간이 되신다면 함께 들어주시면... 다른 업무로도 바쁘실 텐데 감사합니다~^^"
나는 즉시 교감에게 연수 참석을 요청했다.
"[긴급] 급한 일이라서 안내를 드립니다"
하루 뒤인 29 바다이야기꽁머니 일 오후, 보직교사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공지다. "교육과정과 관련된 문제라서 모든 선생님과 관련이 있는 내용일 수 있습니다. 일단은 읽어보시고 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해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과장님들과 교과과장님들은 유념해서 읽어보셔야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15명의 보직교사와 관리자 바다이야기#릴게임 가 있는 단톡방은 적막했다.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처음 접하는 이 업무의 심각성과 파급효과에 대해 한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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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막한 단톡방, 답할 수 없는 '긴급' 공지 "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해주셨으면 합니다." 정보부장의 절박한 요청에도 단톡방에는 정적만이 흐른다.
ⓒ 오성훈
바다이야기부활
33년 차 교사이자 평교사 출신 공모 교장으로서 내가 목격한 이 8일간의 기록은, 대한민국 교육 행정이 현장을 대하는 무신경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8일간의 기록: 누가 무엇을 했나
■ 1월 21일 (수) - 온라인 설명회 안내 공문 접수[긴급][필수] 학습지 게임릴사이트 원 소프트웨어 선정 기준 및 가이드라인 학교 대상 온라인 설명회 안내
■ 1월 23일 (금) - 공문 도착서울시교육청 → 우리 학교. 제목은 "[중요] 학습지원 소프트웨어 교육자료 선정 관련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가이드 안내". "전 직원 공람" 지시만 있을 뿐.
■ 1월 28일 (수) - 1차 설명회 들은 담당부장의 호소정보부장 → 관리자: "저 혼자서는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부서에서도 들어야 할 내용으로 보이구요."교감 → 연수 참석 (오후 2-3시, 2차 설명회 청취)
■ 1월 29일 (목) - 긴급 공지교감 → 교장 보고: "혼자서는 처리 어려움, 여러 부서 협조 필요"교장 → "부서장 단톡방에 공유하고 협조 받으라" 지시정보부장 → 보직교사 단톡방 긴급 공지
그러나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실무에 필수적인 에듀집(공교육 정보 플랫폼) 게시판 체크리스트는 1월 30일에야 오픈 예정이다. 공문 도착 9일 후, 시행 한 달 전이었다. 학교는 무엇을 확인하고 준비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로 일주일을 보냈다.
법은 6개월 전 통과됐는데, 지침은 '방학 중간'에
지난 2025년 8월 4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AIDT(AI 기능을 활용해 학생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디지털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분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참고로 AIDT는 지난 2025학년도 1학기부터 이미 고등학교 1학년 수업에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제29조의2 조항이다.
② 학교의 장은 제1항제2호에 따른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를 교육 자료로 선정하려는 경우 교육부장관이 '개인정보 보호법' 제7조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와 협의하여 정하는 기준에 따라야 하며, 제32조제1항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 초·중등교육법 제29조의2 (교육 자료)
개정안에 따르면, 수업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가 개인정보보호법의 기준에 맞는지 확인해야 하며 학교운영위원회(아래 학운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뿐만이 아니다. 엑셀, 한글 등 교사들이 행정 업무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역시 경우에 따라서 심의를 거쳐야 한다.
어떤 이들은 '법이 반 년 전에 통과됐는데 학교는 그동안 뭐했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학교라는 공적 조직의 작동 원리를 전혀 모르는 무책임한 질책이다.
학교는 예단해서 선행정을 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교육부의 세부 지침과 교육청의 가이드라인, 그리고 구체적인 행정 지원 체계가 공문으로 시달되기 전까지 학교가 임의로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할 여력은 없다.
관련 법안의 추진 일정과 공문 전달 과정을 보면, 정작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누구인지 명확해진다.
▲ 5개월의 침묵, 그리고 한 달 남짓한 '업무 폭탄' 법안 통과 후 현장 가이드라인이 나오기까지 5개월이 걸렸다. 교육부 지침이 학교에 도달한 시점(1월 23일)부터 시행일(3월 1일)까지 남은 시간은 단 37일. 상부 기관의 지연된 행정이 학교 현장에 어떤 시간적 압박을 가했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 오성훈
법은 이미 2025년 8월에 공포되었다. 상부 기관도 내부적으로는 시행령을 다듬고 기준을 세우느라 바쁘게 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준비'가 학교 현장에 닿기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교육부가 시 교육청에 공문을 보낸 것은 법 공포 후 5개월이 지난 1월 21일이었고, 단위 학교에 도달한 것은 1월 23일이었다. 실무에 필수적인 체크리스트 게시판은 시행을 고작 한 달 앞둔 1월 30일에야 문을 열었다.
학교더러 미리 준비하라고 질책할 것이 아니라, 왜 이토록 지침 하달이 늦었는지 교육부와 교육청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
학생 보호라는 법의 취지는 옳다, 그러나
학습지원 소프트웨어 선정 기준의 취지는 명확하다. AI 디지털 시대,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안전한 교육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 개인정보 최소 수집, 만 14세 미만 아동 보호, 안전조치 의무 등 5개 필수 기준 9개 항목은 그 자체로 합리적이다.
문제는 '좋은 법'을 '나쁘게 시행'했다는 점이다. 법의 취지가 아무리 훌륭해도, 현장에서 실행 불가능하면 그것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것은 '책임의 외주화'와 '시간의 폭력', 그리고 '현장에 대한 무지'였다.
첫째, '시간의 폭력'이다. 8월에 통과된 법을 1월 말에 던져주는 것은 행정의 직무유기에 가깝다. 학교는 이미 교육기관이라기보다 행정의 말단 '처리소'가 된 지 오래다. 쏟아지는 공문을 처리하느라 정작 수업과 학생 지도를 고민할 시간은 사라졌다.
교육계획 수립, 입학 준비, 교육과정 편성, 학급 편성, 시간표 작성. 2월은 학교가 가장 바쁜 시기 중 하나다. 그런데 여기에 "3월 1일부터 시행이니 2월에 학운위 심의를 마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서울로봇고등학교의 학운위는 2월 11일로 예정되어 있다. 1월 30일 자로 자료가 올라오면 실질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12일뿐이다. 게다가 학운위는 일주일 전까지 안건에 관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늦어도 2월 3일까지는 학운위 심의 안건에 소프트웨어 심의에 관한 자료가 올라가야 한다는 의미다. 나흘 밖에 시간이 없다.
이 기간까지 학운위 심의 통과를 하지 못하면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수업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일상적인 업무는 법적 근거 없이 운영되는 셈이다. 상부 기관이 던져주는 행정 업무를 쳐내기에도 벅찬 학교에 "법이 통과됐으니 미리 준비했어야지"라고 말하는 것은 가혹한 폭력이다.
둘째, '무례한 행정'이다. 학교 현장에는 교과별로 수십 가지의 소프트웨어가 쓰인다. AIEP 같은 교육청 플랫폼, AI 펭톡·똑똑 수학탐험대 같은 공공 소프트웨어, 민간 에듀테크 기업의 디자인 도구, 대화형 AI 서비스, 전자책 구독 서비스, 퀴즈 출제 도구, 협업 도구. 교육부는 2026년까지만 AI·디지털 교육자료 120종을 보급할 예정이다.
이 모든 것을 전수조사하고, 각각이 5개 필수기준 9개 항목을 충족하는지 확인하고, 에듀집 게시판에서 체크리스트를 찾거나 미등록 자료는 요청하고, 학운위 안건을 작성하고, 심의를 진행하는 일. 이것은 한 부서가 아니라 정보부서, 교무부서, 교육연구부서, 각 교과 과장들이 모두 협업해야 하는 막대한 작업이다.
그런데 담당 부서 지정 가이드는 없었다. "전 직원 공람"이라는 모호한 지시만 있었다. 학교는 스스로 판단해 담당자를 정해야 했고, 담당자는 "저 혼자서는 결정하기 어렵다"며 관리자에게, 교장은 "부서장들에게 협조 받으라"고 지시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해체 매뉴얼도 없이 폭탄부터 던진 셈이다.
셋째, '공동체의 훼손'이다. "과장님들과 교과과장님들은 유념해서 읽어보셔야겠습니다", "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해주셨으면 합니다." 정보부장의 이 문장들에는 졸업식과 종업식을 끝내고 온전한 쉼으로 새 학기를 위한 충전 시간을 갖고 있는 동료 교사들을 다시 불러내야 하는 미안함이 배어 있다.
그러나 단톡방은 적막했다. 알지 못하는 업무에 입을 닫는 것은 합리적인 반응이었다. 정보부장의 글에 그 흔한 '좋아요'도 없었다. 이 침묵이 서글프다.
재충전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다시 공문의 늪으로 불려 나오는 행태는 학교 공동체의 사기를 꺾는다. 교사들은 이토록 치열하게 생존을 고민하는데, 정책을 만드는 이들은 과연 이 침묵의 무게를 단 한 번이라도 가늠해 보았는가.
학교는 '공문 처리소'가 아니다
좋은 정책도 현장에서 실행 가능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충분한 준비 기간, 명확한 역할 가이드,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을 배려하는 유연한 일정이 선행되어야 했다. 그것이 정책 입안자가 현장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다.
나는 학교경영을 책임지는 서울로봇고 교장으로서 다음을 요구한다.
① 법 시행 최소 6개월 전 구체적 지침 시달법이 통과되면 즉시 학교에 예고하고, 시행 최소 6개월 전에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실무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② 담당 부서 및 협업 체계 명시"전 직원 공람" 같은 모호한 지시가 아니라, 학교급별·규모별로 권장 담당 부서와 협업 체계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③ 방학 중 시행 강제 금지방학은 교사들의 재충전 시간이다. 방학 중 처리를 강제하지 말고, 개학 후 한 달 이내 심의 완료 등 유연한 일정을 허용해야 한다.
④ 학교 사용 소프트웨어 사전 조사 및 공통 도구 검토학교에 전수조사를 떠넘기지 말고, 교육청 차원에서 사전 조사를 실시하고 공통으로 사용하는 도구에 대한 검토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여러 학교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범용소프트웨어는 교육청 단위에서 일괄 심의 후 승인해야 한다. 그래야 단위 학교의 업무가 그나마 줄게된다.
⑤ 충분한 연수와 지원 인력1시간짜리 줌 연수 4회가 아니라, 비동기 온라인 연수와 학교별 맞춤 컨설팅, 필요시 지원 인력 파견까지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좋은 법도 나쁘게 시행되면 독이 된다. 학생 보호라는 법의 취지는 옳다. 그러나 교사를 갈아 넣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교육청과 교육부는 '전달 기관'이 아닌 '지원 기관'이어야 한다. 학교가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제발 현장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긴급] 급한 일이라서 안내를 드립니다.""저 혼자서는 결정하기 어렵습니다.""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해주셨으면 합니다.""다른 업무로도 바쁘실 텐데 감사합니다~^^"
이런 메시지가 학교 현장에서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의 최전선이 무심한 행정의 파도에 더 이상 휩쓸려서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저 혼자서는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28일 오전 11시 40분, 우리 학교 교육정보부장이 관리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5일 전 도착한 공문, 한 달 후 시행되는 새 법령, 그리고 텅 빈 방학의 학교. 그는 교육청 '줌'(원격 화상회의 플랫폼) 연수 링크를 첨부하며 조심스럽게 요청했다.
"혹시라도 시간이 되신다면 함께 들어주시면... 다른 업무로도 바쁘실 텐데 감사합니다~^^"
나는 즉시 교감에게 연수 참석을 요청했다.
"[긴급] 급한 일이라서 안내를 드립니다"
하루 뒤인 29 바다이야기꽁머니 일 오후, 보직교사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공지다. "교육과정과 관련된 문제라서 모든 선생님과 관련이 있는 내용일 수 있습니다. 일단은 읽어보시고 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해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과장님들과 교과과장님들은 유념해서 읽어보셔야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15명의 보직교사와 관리자 바다이야기#릴게임 가 있는 단톡방은 적막했다.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처음 접하는 이 업무의 심각성과 파급효과에 대해 한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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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막한 단톡방, 답할 수 없는 '긴급' 공지 "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해주셨으면 합니다." 정보부장의 절박한 요청에도 단톡방에는 정적만이 흐른다.
ⓒ 오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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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차 교사이자 평교사 출신 공모 교장으로서 내가 목격한 이 8일간의 기록은, 대한민국 교육 행정이 현장을 대하는 무신경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8일간의 기록: 누가 무엇을 했나
■ 1월 21일 (수) - 온라인 설명회 안내 공문 접수[긴급][필수] 학습지 게임릴사이트 원 소프트웨어 선정 기준 및 가이드라인 학교 대상 온라인 설명회 안내
■ 1월 23일 (금) - 공문 도착서울시교육청 → 우리 학교. 제목은 "[중요] 학습지원 소프트웨어 교육자료 선정 관련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가이드 안내". "전 직원 공람" 지시만 있을 뿐.
■ 1월 28일 (수) - 1차 설명회 들은 담당부장의 호소정보부장 → 관리자: "저 혼자서는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부서에서도 들어야 할 내용으로 보이구요."교감 → 연수 참석 (오후 2-3시, 2차 설명회 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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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실무에 필수적인 에듀집(공교육 정보 플랫폼) 게시판 체크리스트는 1월 30일에야 오픈 예정이다. 공문 도착 9일 후, 시행 한 달 전이었다. 학교는 무엇을 확인하고 준비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로 일주일을 보냈다.
법은 6개월 전 통과됐는데, 지침은 '방학 중간'에
지난 2025년 8월 4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AIDT(AI 기능을 활용해 학생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디지털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분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참고로 AIDT는 지난 2025학년도 1학기부터 이미 고등학교 1학년 수업에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제29조의2 조항이다.
② 학교의 장은 제1항제2호에 따른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를 교육 자료로 선정하려는 경우 교육부장관이 '개인정보 보호법' 제7조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와 협의하여 정하는 기준에 따라야 하며, 제32조제1항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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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에 따르면, 수업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가 개인정보보호법의 기준에 맞는지 확인해야 하며 학교운영위원회(아래 학운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뿐만이 아니다. 엑셀, 한글 등 교사들이 행정 업무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역시 경우에 따라서 심의를 거쳐야 한다.
어떤 이들은 '법이 반 년 전에 통과됐는데 학교는 그동안 뭐했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학교라는 공적 조직의 작동 원리를 전혀 모르는 무책임한 질책이다.
학교는 예단해서 선행정을 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교육부의 세부 지침과 교육청의 가이드라인, 그리고 구체적인 행정 지원 체계가 공문으로 시달되기 전까지 학교가 임의로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할 여력은 없다.
관련 법안의 추진 일정과 공문 전달 과정을 보면, 정작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누구인지 명확해진다.
▲ 5개월의 침묵, 그리고 한 달 남짓한 '업무 폭탄' 법안 통과 후 현장 가이드라인이 나오기까지 5개월이 걸렸다. 교육부 지침이 학교에 도달한 시점(1월 23일)부터 시행일(3월 1일)까지 남은 시간은 단 37일. 상부 기관의 지연된 행정이 학교 현장에 어떤 시간적 압박을 가했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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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이미 2025년 8월에 공포되었다. 상부 기관도 내부적으로는 시행령을 다듬고 기준을 세우느라 바쁘게 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준비'가 학교 현장에 닿기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교육부가 시 교육청에 공문을 보낸 것은 법 공포 후 5개월이 지난 1월 21일이었고, 단위 학교에 도달한 것은 1월 23일이었다. 실무에 필수적인 체크리스트 게시판은 시행을 고작 한 달 앞둔 1월 30일에야 문을 열었다.
학교더러 미리 준비하라고 질책할 것이 아니라, 왜 이토록 지침 하달이 늦었는지 교육부와 교육청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
학생 보호라는 법의 취지는 옳다, 그러나
학습지원 소프트웨어 선정 기준의 취지는 명확하다. AI 디지털 시대,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안전한 교육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 개인정보 최소 수집, 만 14세 미만 아동 보호, 안전조치 의무 등 5개 필수 기준 9개 항목은 그 자체로 합리적이다.
문제는 '좋은 법'을 '나쁘게 시행'했다는 점이다. 법의 취지가 아무리 훌륭해도, 현장에서 실행 불가능하면 그것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것은 '책임의 외주화'와 '시간의 폭력', 그리고 '현장에 대한 무지'였다.
첫째, '시간의 폭력'이다. 8월에 통과된 법을 1월 말에 던져주는 것은 행정의 직무유기에 가깝다. 학교는 이미 교육기관이라기보다 행정의 말단 '처리소'가 된 지 오래다. 쏟아지는 공문을 처리하느라 정작 수업과 학생 지도를 고민할 시간은 사라졌다.
교육계획 수립, 입학 준비, 교육과정 편성, 학급 편성, 시간표 작성. 2월은 학교가 가장 바쁜 시기 중 하나다. 그런데 여기에 "3월 1일부터 시행이니 2월에 학운위 심의를 마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서울로봇고등학교의 학운위는 2월 11일로 예정되어 있다. 1월 30일 자로 자료가 올라오면 실질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12일뿐이다. 게다가 학운위는 일주일 전까지 안건에 관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늦어도 2월 3일까지는 학운위 심의 안건에 소프트웨어 심의에 관한 자료가 올라가야 한다는 의미다. 나흘 밖에 시간이 없다.
이 기간까지 학운위 심의 통과를 하지 못하면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수업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일상적인 업무는 법적 근거 없이 운영되는 셈이다. 상부 기관이 던져주는 행정 업무를 쳐내기에도 벅찬 학교에 "법이 통과됐으니 미리 준비했어야지"라고 말하는 것은 가혹한 폭력이다.
둘째, '무례한 행정'이다. 학교 현장에는 교과별로 수십 가지의 소프트웨어가 쓰인다. AIEP 같은 교육청 플랫폼, AI 펭톡·똑똑 수학탐험대 같은 공공 소프트웨어, 민간 에듀테크 기업의 디자인 도구, 대화형 AI 서비스, 전자책 구독 서비스, 퀴즈 출제 도구, 협업 도구. 교육부는 2026년까지만 AI·디지털 교육자료 120종을 보급할 예정이다.
이 모든 것을 전수조사하고, 각각이 5개 필수기준 9개 항목을 충족하는지 확인하고, 에듀집 게시판에서 체크리스트를 찾거나 미등록 자료는 요청하고, 학운위 안건을 작성하고, 심의를 진행하는 일. 이것은 한 부서가 아니라 정보부서, 교무부서, 교육연구부서, 각 교과 과장들이 모두 협업해야 하는 막대한 작업이다.
그런데 담당 부서 지정 가이드는 없었다. "전 직원 공람"이라는 모호한 지시만 있었다. 학교는 스스로 판단해 담당자를 정해야 했고, 담당자는 "저 혼자서는 결정하기 어렵다"며 관리자에게, 교장은 "부서장들에게 협조 받으라"고 지시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해체 매뉴얼도 없이 폭탄부터 던진 셈이다.
셋째, '공동체의 훼손'이다. "과장님들과 교과과장님들은 유념해서 읽어보셔야겠습니다", "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해주셨으면 합니다." 정보부장의 이 문장들에는 졸업식과 종업식을 끝내고 온전한 쉼으로 새 학기를 위한 충전 시간을 갖고 있는 동료 교사들을 다시 불러내야 하는 미안함이 배어 있다.
그러나 단톡방은 적막했다. 알지 못하는 업무에 입을 닫는 것은 합리적인 반응이었다. 정보부장의 글에 그 흔한 '좋아요'도 없었다. 이 침묵이 서글프다.
재충전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다시 공문의 늪으로 불려 나오는 행태는 학교 공동체의 사기를 꺾는다. 교사들은 이토록 치열하게 생존을 고민하는데, 정책을 만드는 이들은 과연 이 침묵의 무게를 단 한 번이라도 가늠해 보았는가.
학교는 '공문 처리소'가 아니다
좋은 정책도 현장에서 실행 가능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충분한 준비 기간, 명확한 역할 가이드,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을 배려하는 유연한 일정이 선행되어야 했다. 그것이 정책 입안자가 현장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다.
나는 학교경영을 책임지는 서울로봇고 교장으로서 다음을 요구한다.
① 법 시행 최소 6개월 전 구체적 지침 시달법이 통과되면 즉시 학교에 예고하고, 시행 최소 6개월 전에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실무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② 담당 부서 및 협업 체계 명시"전 직원 공람" 같은 모호한 지시가 아니라, 학교급별·규모별로 권장 담당 부서와 협업 체계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③ 방학 중 시행 강제 금지방학은 교사들의 재충전 시간이다. 방학 중 처리를 강제하지 말고, 개학 후 한 달 이내 심의 완료 등 유연한 일정을 허용해야 한다.
④ 학교 사용 소프트웨어 사전 조사 및 공통 도구 검토학교에 전수조사를 떠넘기지 말고, 교육청 차원에서 사전 조사를 실시하고 공통으로 사용하는 도구에 대한 검토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여러 학교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범용소프트웨어는 교육청 단위에서 일괄 심의 후 승인해야 한다. 그래야 단위 학교의 업무가 그나마 줄게된다.
⑤ 충분한 연수와 지원 인력1시간짜리 줌 연수 4회가 아니라, 비동기 온라인 연수와 학교별 맞춤 컨설팅, 필요시 지원 인력 파견까지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좋은 법도 나쁘게 시행되면 독이 된다. 학생 보호라는 법의 취지는 옳다. 그러나 교사를 갈아 넣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교육청과 교육부는 '전달 기관'이 아닌 '지원 기관'이어야 한다. 학교가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제발 현장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긴급] 급한 일이라서 안내를 드립니다.""저 혼자서는 결정하기 어렵습니다.""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해주셨으면 합니다.""다른 업무로도 바쁘실 텐데 감사합니다~^^"
이런 메시지가 학교 현장에서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의 최전선이 무심한 행정의 파도에 더 이상 휩쓸려서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